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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부산 악취·개미떼' 괴담이라더니…실제 그 일이 일어났다

중앙일보 2016.09.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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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가 부산, 울산지역의 악취 발생에 대한 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정부는 조사 결과 악취가 지진과 관련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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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줄 지어 이동하고 있는 개미떼.

지난달 부산ㆍ울산 일대를 뒤덮었던 원인 모를 악취가 지진의 전조 현상 아니냐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가스냄새·개미떼·심해어 츨현에 '지진 전조' 불안 증폭
정부 조사 벌여 '지진과 무관' 결론 불구 원인규명 못해
"음모론 유행은 위기 사회 징조" 불신 팽배 지적도

당시 국민안전처는 공단에서 발생한 '부취제' 악취라며 지진 관련성을 부인했다.

지난 7월 21일 부산 지역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일부 시민은 구토 증세도 보였다. 이날 접수된 신고는 256건에 달했다. 강서구ㆍ사하구ㆍ동구ㆍ남구ㆍ해운대구 등 해안가지역에 넓게 분포했다. '지진의 전조현상', '미군기지의 비밀 화학실험' 등 괴담이 난무했다.

정부는 6일 뒤 조사단을 꾸려 악취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민안전처 등 8개 기관과 민간 전문가 등 30명이 참여했다. 8일 간 조사를 벌인 끝에 8월 4일에 "원인은 부취제"라고 발표했다. 연료가스에 주입되는 부취제나 부취제가 포함된 화학물질이 이동 중에 누출됐다는 것이다.

울산의 악취는 화학공단에서 발생한 이산화황, 황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혼합된 악취가 기상 상황에 따라 확산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실제 신고 당일 오염도 측정시 이산화황 등 관련 화학물질 농도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확한 누출 경로는 밝히지 못했다. 주요 폐기물 관리 업체를 탐문하고 악취 확산지역의주요 도로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확인했지만 의심 차량이나 업체를 찾지 못했다. 가스 냄새가 지진과 관련 없다는 것만 강조한 조사 결과였다.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도 시민들은 좀처럼 정부 발표를 믿지 못했다. 앞서 부산 동래구에서 온천수 배관이 파열되고 광안리 바닷가에서 수만 마리의 개미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심해에서 사는 대형 어종인 홍투라치가 거제도의 한 해수욕장에 떠밀려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며 불안해했지만 국민안전처는 '괴담'으로 치부했다.

'괴담'이 퍼진 지 한달 여만에 진짜 지진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진 전조현상에 대한 연구 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이외수씨는 트위터를 통해 "경상도 일대의 원인 모를 가스 냄새가 정말로 지진과 무관한 것인지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만약 지진의 전조현상이었다면 큰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씨는 "지난번 가스 냄새를 지진 전조가 아니냐고 걱정했을 때 공단에서 나온 가스냄새라고 정부가 잡아뗐죠. 그때부터 정부는 대체 뭘 한 걸까요?"라며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한 달 전에 일어난 현상들을 이번 지진과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라돈은 지표면 아래 암석의 균열이 있을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가스인데 무색무취한 성질이 있다"며 "가스 냄새를 신고한 사람들은 타는 냄새나 역겨운 냄새를 맡았다고 했는데 이를 지진과 연관하면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개미떼 행렬에 대해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과학과 교수는 "개미 같은 곤충보다 더 민감한 생물인 갈매기나 비둘기 등 조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지진 괴담'이 끊이지 않는 밑바탕에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는 게 한결 같은 지적이다. '믿고 따르라', '찬성 아니면 반대'와 같은 일방적 태도가 불신과 괴담을 키우는 근본 원인이란 것이다.

'음모론의 시대'의 저자인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세상이 불확실해지고 불안전해질수록 창궐한다"며 "한 사회에서 음모론이 유행하고, 음모론이란 딱지가 횡행하는 것은 그 사회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징조"라고 지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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