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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반기문 총장에게도 "그 녀석도 멍청이" 욕설

중앙일보 2016.09.1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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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개**'란 욕설을 해 물의를 빚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그 녀석도 멍청이"란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일본 NHK 뉴스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반 총장에 대해 이같은 욕설을 퍼부었다.
 
현지의 필리핀 기업관계자 500명 앞에서 강연을 하던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에 대한 욕설 파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라, 미 국무성에게 욕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폭언이라 비난받은 표현은 누구나 쓰는 보편적인 단어"라며 "미 국무성이 내가 추진중인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인권 문제로 날 비판하는 걸 보고 정말 열 받았다. 정말 나쁜 놈들은 미 국무성의 정신나간 놈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 국무성과 마찬가지로 필리핀의 인권문제와 관련, 비판성명을 낸 반기문 총장에 대해 "반기문까지 끼어들어, 몇주 전에 인권침해라는 성명을 냈다. 그 녀석도 멍청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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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두테르테는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바보, 멍청이'를 뜻하는 '타란타도'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는 타갈로그어에서 절대 써서는 안되는, 매우 위험한 비속어 20개에 포함돼 있다.
 
그는 이어 "나는 마약범죄 박멸을 위한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범죄자에게 동정을 베풀지 않겠다"며 "(인권탄압 등의) 비판 따위는 신경도 안쓴다. 똥이나 처먹어라. 나는 필리핀의 대통령이지, 국제사회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앞서, 전날 반기문 총장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필리핀의 인권 상황을 비판했고, 반 총장의 비판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 총장이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 회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상 시간을 낼 수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한 국가의 정상이 바쁘다는 이유로 유엔 사무총장의 회담 요청을 거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앞서 지난 6월 반 총장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동 학살 하나도 해결 못하는 유엔은 엿이나 먹으라"고 말한 바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도 매우 껄그럽다. 

그는 지난 5일 필리핀에서 라오스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필리핀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개**라고 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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