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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얼굴 없는 천사' 올 추석도 선행

중앙일보 2016.09.1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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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동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과일 박스들 [사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주민센터]

명절 때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과일을 선물하는 광주광역시 하남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 추석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12일 오전 8시30분쯤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주민센터 주차장에 과일 상자가 쌓여 있는 것을 출근한 공무원이 발견했다. 주차장에는 사과 25상자와 배 25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더미 위에는 '(다른 명절 때에 비해)조금 늦어져 죄송합니다. 어려운 차상위 계층에게 전달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자필 메모가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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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명절 때에 비해)조금 늦어져 죄송합니다. 어려운 차상위 계층에게 전달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자필 메모 [사진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주민센터]

주민센터 측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하루 전인 지난 11일 오후 10시10분쯤 누군가 승합차를 타고 온 장면이 포착됐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 사람은 싣고 온 과일 상자를 내려놓은 뒤 곧장 떠났다.

주민센터 측은 '얼굴 없는 천사'의 요청에 따라 과일을 차상위 계층의 추석 선물로 전달할 방침이다. 관내 독거노인과 장애인, 편부모 가정이 대상이다.

하남동의 '얼굴 없는 천사'는 2011년부터 6년째 명절 때마다 찾아오고 있다. 설이나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둔 시점에 이번처럼 동주민센터 주차장에 수십 상자의 과일을 두고 간다.

얼굴 없는 천사의 성별과 나이·직업 등 신원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다. 주로 공무원들이 퇴근하고 주민들의 발걸음이 뜸한 심야시간대 과일만 두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경희 하남동장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어려운 이웃을 돕는 얼굴 없는 천사는 공무원과 주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명절이면 더욱 외로워지는 이웃들에게도 큰 힘이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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