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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은 물론 이웃 상점, 자녀 학교까지 전화해 빚독촉한 악덕사채업자 구속

중앙일보 2016.09.12 11:21
급하게 돈이 필요해진 직장인 A씨(37·여)는 지난 6월 말 인터넷에 올라온 대출광고를 보게됐다. '담보가 없어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솔깃해진 A씨는 이 업체에서 선뜻 70만원을 빌렸다. 업체에서 지인과 가족의 연락처를 요구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일은 곧 악몽이 됐다. 일주일이 지나자 사채업자는 원금에 이자를 합친 것이라며 100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항의하며 거절하자 A씨의 직장은 물론 어머니와 이모에게까지 연락해 빚 독촉을 했다. 심지어는 A씨와 상관없는 A씨 어머니 옆 상가 업주들에게도 연락해 "A씨가 돈을 빌리고 주지 않는다"고 알렸다. 이러는 사이 A씨가 빌린 돈 70만원은 1주일치 이자 30만원 외에도 하루에 5만원씩 추가 이자가 붙으며 불어났다.

인터넷 광고를 통해 소액 대출자를 모집한 뒤 2000~3000%의 이자를 받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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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12일 대부업법 위반 및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B씨(30)를 구속하고 B씨를 도운 C씨(28)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대출광고를 통해 소액 대출자를 모집한 뒤 2235~3476%의 연이자를 받아 600여 명에게 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1인당 30만~70만원을 빌려주고 1주일 안에 원금과 이자로 50만~100만원을 받아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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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를 받지 않는 대신 대출자의 가족·친지·지인 등의 휴대전화 번호 20~30개를 요구했다. 이후 약속된 날짜에 돈을 갚지 않으면 대출자의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전화해 "대신 갚으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자녀의 학교와 유치원 교사 등에게 연락해 "대출을 받고 돈을 갚지 않는다"고 알리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피해자에겐 "경찰은 우리를 잡지 못한다"고 조롱하거나 "임신한 아내에게 애가 떨어질 만한 욕을 해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일부 피해자는 두려움에 이사를 결심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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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등은 대출금 지급 담당·중간책임자·인터넷 광고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조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200만원씩을 지급한 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들에게 지인의 연락처 등을 받고 빌려주도록 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에 직원 일부가 적발되더라도 빠져나가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모집한 직원끼리 서로 신원을 알지 못하게 가명을 쓰도록 하고 사무실 위치도 알리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두겠다는 조직원에겐 "채무자들에게 개인정보를 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고율의 이자를 요구하며 소액대출을 해주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불법대출을 하고 받아 챙긴 이자로 시가 1억6000만원 상당의 벤츠 차량을 타고 다녔다"며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당하거나 고율의 이자를 요구받을 경우 바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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