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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가 앗아간 남편 40년째 기다리는 할머니의 춤 '시위'

중앙일보 2016.09.1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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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 칠레 군부 독재자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9월 11일에 남편을 그리워하는 춤 시위를 벌이는 비올레타 주니가(83) [사진=AP/뉴시스]


지팡이를 짚고 걸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가 나홀로 시위에 나서 화제다.

시위 방법은 춤을 추는 것이다.

주인공은 칠레에 사는 할머니 비올레타 주니가(83).

AP통신에 따르면 주니가 할머니는 군부 독재 시절 남편이 실종됐다.

그는 11일 정부가 주최하는 ‘혼자 추는 쿠에카’ 행사에 참여한다. 이날은 칠레의 군부 독재자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가 1973년 유혈 쿠데타를 일으킨 지 43주년 되는 날이다.

주니가는 남편 실종의 원인이 된 쿠데타에 항의하는 의미로 남편의 사진을 목에 걸고 쿠에카 춤을 출 예정이다.

피노체트 집권 전까지만 해도 쿠에카는 남녀가 짝을 이뤄 추는 칠레의 민속춤이었다.

그러나 1978년 3월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에서 여성들이 파트너 없이 혼자 추는 쿠에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후 쿠에카에서 연인을 유혹하는 도구로 쓰이던 손수건은 잃어버린 연인이나 남편을 그리워 하는 슬픔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주니가 할머니는 11일 무대를 위해 ‘정의’라는 단어가 수놓아진 손수건을 준비했다.

주니가의 남편 페드로 실바 부스토스는 석공 출신의 공산당원으로, 40년 전인 1976년 8월 39세의 나이로 경찰에 연행된 이후 돌아오지 못했다.

피노체트가 집권한 1973년부터 1990년까지 총 4만 18명이 정치범으로 투옥되거나 고문ㆍ살해당했다.

40년 간 혼자서 쿠에카를 춰 온 주니가는 “우리는 진실을 찾아야 하고 계속 정의를 찾아야 한다”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춤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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