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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사 친구 팔고 다닌 동창 “미래엔 형준이가 우리 스폰서”

중앙일보 2016.09.12 02:30 종합 8면 지면보기
‘띵똥띵똥’. 지난 2월 한모(46)씨가 갖고 있던 스마트폰의 e메일 알림음이 두어 차례 울렸다. ‘스폰서 검사’ 의혹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 스마트폰은 김형준(46)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김희석(46·구속)씨가 “잠깐 잠적해 있으라”며 한씨에게 건넨 거였다. 거기엔 김씨의 e메일이 로그인돼 있었다. 메일함에는 그동안 김씨가 회삿돈 15억여원을 횡령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메일 하나하나를 찬찬히 열어보던 한씨의 눈에 문장 하나가 선명히 들어왔다. ‘김형준 가지급금 500만원,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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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고소한 동창 한씨가 말한 관계
형준은 검사장 되고 의원 될 것
김희석, 김 검사에 대해 평소 얘기
올 초부터 뭔가 엮으려는 느낌 받아”

한씨는 지난 4월 이 e메일 자료들을 근거로 김씨를 65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2013년 용산 전자상가에서 갓 출소한 고교 동창인 김씨를 우연히 만나고 지난해 그가 차린 전자기기 유통업체 J사의 ‘바지사장’이 된 지 불과 1년여 만의 ‘우정의 파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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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한씨는 “김씨는 게임사업 거래처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동일 사기 행각을 벌였고 그때마다 김 부장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고소? 할 테면 해라. 내 친구가 검산데 그냥 놔둘 것 같으냐’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실제로 김씨와 김 부장검사는 고급 주점에서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 내가 동석한 것만 다섯 차례”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씨와의 일문일답.
 
학창시절부터 김 부장검사와 김씨가 친했나.
“안 친했다. 당시 형준이는 전교 회장이었는데 공부밖에 모르던 ‘범생이’라 친구가 많지 않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친구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성공이 더 필요하던 애였다. 형준이 어머니는 세탁소를 했다. 김희석(※용서가 안 되는 듯 이름 호칭)은 1~3학년 때 반장을 했고 성적은 반에서 5등 정도였다.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이라 잘살았다.”
둘은 언제부터 친하게 지냈나.
“시기는 잘 모른다. 내가 김희석과 형준이를 처음 본 건 지난해 7월이다. 김희석은 ‘좋은 데 가서 술을 마시자’며 강남의 고급 바(‘J&L’)로 데려갔다. 룸에 여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누가 또 와?’라고 물으니 그가 ‘형준이가 온대’라고 했고 정말 왔다. 그때 형준이의 파트너가 지난 2월 김희석이 형준이 부탁으로 500만원을 보낸 곽모씨였다. 나는 그해 12월 피트인에서 형준이를 또 봤다.”
김 부장검사와 자주 만났나.
“나, 김희석, 김 부장검사 셋이 한 술자리는 3번, 직원들까지 다 본 것까지 합치면 5번 정도다. 돈은 매번 김씨가 냈다. 나는 그런 자리가 싫어 먼저 일어났고 둘이 남아 더 놀더라. 둘은 더 자주 만났을 거다.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올해 1~2월부터 만난 횟수가 늘었던 것 같다. 한 술집에서 여자애들을 불러놓고 ‘내가 월 매출 4000(만원)씩 올려준다’고 큰소리를…. 그때부터 뭔가 김형준한테 고리를 걸고 싶어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 직원들한테도 김 부장검사 얼굴을 보여주고.”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
“지난 1월 김희석이 김 부장검사와의 술자리에 회사 직원들을 다 데리고 가 소개한 적이 있었다. 김희석은 미리 직원들에게 ‘오늘 김검(김 부장검사) 만날 건데 너네 그 자리에서 형준이한테 영감님, 검사님이라고 부르면 죽여버린다. 반드시 부장님이라고 불러라’라고 하며 신분을 숨겨줘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김씨는 평소 김 부장검사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
“직원들에게 ‘형준이는 나중에 검사장 달고 나와서 용산에서 국회의원 배지 달고 더 큰 걸 누릴 거야. 그때 우리의 스폰서가 되는 거지. 그러면 난 청와대 비서관으로 갈 테니 업체 사장은 네가 해라’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했다. 또 업체와 거래할 때는 ‘내 친구가 잘나가는 검사다’라며 김 부장검사 얘기를 자주 꺼냈다. 사기를 당한 업체들이 ‘고소하겠다’며 항의할 때는 ‘내 친구가 김형준(부장검사)인데, 너희가 날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구속되기 전 지인들에게 ‘내가 들어가는데 형준이가 가만히 있겠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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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갈라서게 된 배경은.
“김희석이 서울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김 부장검사에게 아무리 말해도 수사가 자기 쪽으로 흘러가지 않자 6월께 ‘수사검사 재배당 요청서’를 냈다. 담당 검사로부터 억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내용에 은근슬쩍 김 부장검사를 접대한 얘기 등을 끼워 넣고는 김 부장검사에게 해당 요청서를 메시지로 보냈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김 부장검사는 그때부터 투 트랙으로 고민했을 거다. 이 사건에서 자신이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과 김희석을 보내버려야 한다(구속)는 것을 말이다.”
김씨의 사기 수법은.
“지난해 용산 전자상가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품목이 샤오미 충전기였다. 김희석은 업체들에 시가 1만3000원짜리 충전기를 중국에서 1994원에 들여올 수 있다고 속였다. 담보대출을 받아 30억원 넘게 투자한 업체도 있었다. 업체가 항의하면 물건을 찔끔찔끔 보내주거나 중국 샤오미 본사로 출장을 보내 회유했다.”
 
사건 당사자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김희석은 굉장한 사기꾼이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 부장검사 역시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건 맞지만 그도 ‘완전히’ 당한 거다. 김희석이 스폰서 의혹을 터뜨려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또 하나의 사기극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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