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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언론에 김정은 안 보이는 까닭은

중앙일보 2016.09.12 01:08 종합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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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 다음날인 1월 7일자 노동신문 1면(왼쪽)과 5차 핵실험 다음날인 10일자 1면. 1월엔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 선전을 벌였으나 10일자엔 핵무기연구소 성명(빨간선)만 배치했다. [노동신문]

1863자→841자. 북한이 4차 핵실험(지난 1월 6일)과 5차 핵실험(지난 9일) 때 발표한 성명서 분량이다. 5차 핵실험 발표문은 4차에 비해 분량뿐 아니라 발표 형식에서도 무게감이 덜하다. 4차 때는 정부 성명 형식을 취하며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이 ‘특별 중대 보도’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엔 핵무기연구소 명의로 발표문을 냈다. 4차 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친필 서명한 ‘최종 명령서’까지 공개했지만 이번엔 없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5차 핵실험과 관련한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하고 있다. ▶4차 때보다 차분해진 북한 매체 보도 ▶ 핵무기연구소 명의로 발표한 이유 ▶핵 소형화를 추구하면서 폭발 위력이 강해진 이유 등이다.

4차 실험땐 노동신문 등 특별보도
이번엔 정부 아닌 연구소 명의 발표
전문가 “한·미대응 보며 수위조절”

북한은 10일자 노동신문 1면에 핵무기연구소 발표문을 실었다. 3면엔 핵실험 성공 소식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북한 주민들 인터뷰와 각국의 보도 내용을 전했다. 발표문에선 “폭발위력 등 측정값들이 계산값들과 일치한다는 것이 확증됐다”는 등의 기술적 측면만 강조했다. 4차 때 “반만 년 민족사에 특기할 대사변” 등의 수사적 표현을 썼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핵실험은 4차의 후속 보완 조치에 따른 것으로 대내 분위기를 고조시킬 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며 “북한이 한·미의 반응을 봐가며 대응 수위를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안보학부 교수는 “기술적 특성을 강조하고 김정은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미국 등 상대방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핵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핵무기연구소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 기관은 지난 3월 9일 북한 관영 매체에 처음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핵무기 관련 과학·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고 전하면서 이 연구소 이름을 공개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상은 덜하지만 기술적 진전을 선전할 수 있는 기관을 내세운 것”이라고 풀이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핵무기 개발을 위해 신설한 북한의 ‘그루빠(태스크포스)’ 형식의 조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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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소형화를 추진하면서도 그 위력이 커지는 것에도 의문을 표시한다. 그동안 5차례에 걸친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 규모는 3.9→4.5→4.9→4.8→5.0으로 점점 강해졌다. 익명을 원한 핵 전문가는 “핵무기 개발 사이클에서 핵심은 소형화이기 때문에 강도를 점차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라 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핵무기를 처음 개발하는 단계에선 폭발 위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며 “소형화는 이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11일 대남 단체인 민족화해협의회 명의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경고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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