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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뒤 한국 무역, 운임 비싼 일본·중국 배 의존하게 될 것”

중앙일보 2016.09.12 01:06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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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양창호 원장이 한진해운의 회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해운정책 연구를 책임지는 KMI는 지난해 2월 부산으로 이전했다. 송봉근 기자

“1년 반 이후에는 해운업 시황이 좋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때부터 국내 수출입 업자는 배를 외국에 의존해야 한다.”

양창호 해양수산개발원장 인터뷰
팬오션 인수한 사료업체 하림처럼
화주가 해운 주식 사는 것도 방법

국내 해운 정책 연구를 총괄하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양창호(60·사진) 원장은 “해운은 경기 순환 사업이기 때문에 다시 해운 시황이 좋아지면 한진해운의 부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KMI 정책동향분석실장,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를 거쳐 지난달 말 취임했다.

그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의 대표였던 마틴 스토퍼드의 저서 『해운경제학』을 인용하면서 회복과 붕괴를 반복하는 해운 시장의 특성을 소개했다. 양 원장은 “1년 반 이후부터는 국내 수출입 업자는 배를 외국에 의존해야 한다”며 “한진해운이 사라진다면 일본이나 중국에 비싼 운임을 줘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진해운의 몰락 책임은 근시안으로 기업을 이끈 경영진에 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해운업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20~30년 앞을 내다본다”며 “지금 경영진은 2~3년만 보고 투자했다가 배 팔고 도망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그에게 회생 방법을 물었다. 양 원장은 “한진해운 영업망을 회복시키려면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전환사채를 발행해 공기업이나 은행·대기업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5위 해운사 다이이치주오기센(第一中央汽船)이 지난해 9월 파산하자 화주와 지방 은행이 공동으로 인수한 사례를 소개했다. 양 원장은 “국내에서도 팬오션이 파산하자 사료를 실어 나르는 하림그룹이 인수한 것처럼 가전제품을 싣는 대기업 화주가 주식을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세계 3위 환적항인 부산항은 지난해 환적 화물이 10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를 넘으면서 세계 2위 환적항 자리를 노리고 있다”며 “두 개의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선사가 남아야 중국·일본에 시장을 뺏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주력 산업인 조선업을 해운업과 분리시켜 다뤘던 패러다임도 바꿔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조선·해운·항만 3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로 선박 물량이나 환적 화물을 지원해주는 일본과 달리 한국 해운업계는 연결 고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양 원장은 “한진해운·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가 현대·대우·삼성 등 국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는 비율이 전체 5%에 불과하다”며 “철광석·석탄 등 전략화물을 기반으로 똘똘 뭉치는 일본 해운·조선업체처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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