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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자산을 지켜라…법원, 한진해운 영업망 매각 제동

중앙일보 2016.09.12 01:05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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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한진해운의 자산 보전에 나선 가운데 10일(현지시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그리스호가 미국 롱비치항에서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법원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 지키기에 나섰다. 자산 실사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11일 채권단과 한진해운에 따르면 법원은 ㈜한진이 인수하기로 했던 한진해운의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에 대해 자산보전 처분 명령을 내렸다. ㈜한진이 621억원에 사들이기로 6월에 계약한 자산으로, 이달 말 최종 인수할 계획이었다.

11월 운명 결정될 때까지 거래 중단
계열사 ㈜한진서 추진한 인수 막아
“회사 살리는 데 무게 둔 게 아니라
회생할 경우 자산 확보 위한 조치”

법원의 한진해운 자산보전 처분 명령으로 항로 영업권 매매 절차는 법정관리 기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다음달 28일 나오는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11월 25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법원은 실사보고서와 회생계획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1월 25일 이후 회생 또는 청산 중 한쪽을 선택한다.

법원이 자산 매각에 제동을 건 이유는 한진해운의 최종 운명이 결정될 때까지 최대한 회생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교수는 “회생에 방점을 뒀다기보다는 회생할 경우 영업에 필요한 물적자산과 무형자산을 유지하자는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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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한진그룹 계열사의 한진해운 ‘알짜 자산 빼돌리기 논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지난해부터 자금 지원 명분으로 계열사를 통해 한진해운의 자산을 매수했다. ㈜한진이 매수한 자산만 해도 1년여간 아시아 항로권을 비롯해 총 2351억원어치다. 다른 계열사인 한진칼도 올해 6월 한진해운의 미국·유럽 상표권을 742억원에 사들였다. 금융권에서는 “한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예상하고 우량 자산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경우 한진해운이 그간 계열사와 했던 주요 자산 매각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법정관리 기업의 자산이 제값에 팔리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법정관리인을 통해 행사하는 ‘부인권’이 그 수단이다.

㈜한진이 지난해부터 매수한 부산 한진해운 신항만(지분 50%), 경기도 평택 컨테이너터미널(지분 68%), 베트남 탄캉카이멥 터미널 등이 대표적인 매각 자산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인이 자산 매각에 대해 부인권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자산은 다시 한진해운 소유로 돌아온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기류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애초 채권단은 한진해운 청산을 전제로 선박·인력 등의 자산을 현대상선에 흡수합병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법원의 적극적인 행보로 회생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은 자금 지원이 어렵지만 회생으로 결정이 나면 한진해운의 기업 정상화를 위해 법정관리기업대출 형태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화물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긴급 수출 점검 회의를 열고 중소 화물운송 주선업체에 4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당 5억~20억원 한도(연 2.97% 금리)로 대출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법원은 9일(현지시간)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 오더)을 내렸다. 이에 따라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던 한진해운 소속 선박 4척이 터미널에 입항해 짐을 풀었다.

이태경·김민상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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