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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사 시험장에 전파탐지기 등장한 까닭

중앙일보 2016.09.12 00:51 종합 1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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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국가 기능사 시험장에서 감독관이 금속탐지기로 수험생의 전자기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산업인력공단은 3일부터 전국 기능사 시험장에 금속탐지기를 도입했다. [사진 김나한 기자]

지난해 4월 경기도 K고등학교에서 치러진 정보처리기능사 실기시험장. 시험이 시작되자 중국동포 A(22)가 주머니에 있던 스마트폰을 슬그머니 꺼내 시험 문제지를 촬영했다. 그는 사전에 계약한 ‘커닝 브로커’에게 이 사진을 전송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통해 브로커가 정답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답을 써 내려가던 A는 옆을 지나던 감독관에게 걸려 경찰에 넘겨졌다. A는 지난해 11월 울산지법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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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따면 F-4 비자 연장 쉬워
중국동포, 휴대전화로 커닝 급증

국가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험장 부정행위 방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동포들이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도 지난해 5월 중국동포 B(34)가 정보처리기능사 필기시험을 치르던 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그에게도 법원이 징역 8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외국인이 기능사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2011년 4건에서 지난해 17건으로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동포가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공단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정행위가 대부분 전자기기를 이용해 일어난다고 판단해 지난 3일부터 전국 모든 기능사 시험 현장에 금속탐지기와 전파탐지기를 도입했다. 실제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인력공단 남부지사의 시험장에서는 이 탐지기를 이용해 전자기기를 몸에 지니고 들어가려던 이를 적발해냈다. 공단은 시험 감독관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동포들의 부정행위는 법무부에서 2012년 재외동포(F-4) 비자의 취득 요건에 ‘국가 기능사 자격증 소지자’를 추가한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비자를 받은 재외동포는 3년에 한 번 체류기간 연장 절차만 밟으면 국내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 도입 취지는 “식당과 공사장에 몰려 있는 재외동포 인력 중 특정 기술이 있는 경우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게 하자”는 것이다. F-4 비자 취득 외국인의 84.5%(2015년 기준)가 중국동포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동포들이 있다. 2014년 사진기능사 시험에 합격한 중국동포 김국천(44)은 “공부는 어렵고 비자가 급하다 보니 부정한 방법의 유혹에 빠지는 동포가 많다. 이를 부추겨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가리봉동과 대림동 일대에는 ‘F-4 취득 100%’라는 광고 문구를 내건 학원도 생겨났다. 지난 3일 대림3동 두암 어린이공원 주변에는 반경 300m 안에 기능사 시험 대비를 위한 학원이 13곳 있었다. 그중 강사 한 명이 제빵·정보처리 등 여러 과목을 강의한다고 소문난 한 학원에 전화해 이에 대해 문의했더니 “강사들의 능력이 출중해 한 명이 2~3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006년부터 3년간 법무부 동포과장직을 맡았던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장은 “현재 70여 개 F-4 비자 발급 종목에는 정보처리기능사처럼 실제 쓰임이 거의 없는 것도 들어 있다. 한국 사회의 수요에 맞춰 종목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 정말 기술을 배울 의지가 있는 동포들은 제대로 된 교육기관에서 시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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