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추미애 ‘전두환 방문 속뜻’ 당내에 미리 알렸더라면…

중앙일보 2016.09.12 00:40 종합 16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1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원내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우상호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추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당내 반대로 취소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일 오후로 예정됐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을 미뤘다. 11일 급하게 잡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회담 때문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JP 측과 시간 조정을 해서 만날 것”이라며 “취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당초 JP에 앞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었다.

최고위원들 모두 반대해 만남 무산
‘사과 → 용서 → 화해’ 구상 뒤늦게 밝혀
“사전에 논의했으면 말리지 않았을 것”

하지만 전 전 대통령과의 회동은 무산된 상태에서 변동이 없다. 여러 뒷말만 남긴 채 말이다.

더민주 중진 A의원이 이날 기자에게 한 말이다.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고? 그럼 사전에 당과 충분히 상의하고, 정말로 찾아갔어야지….”

지난 8일 오후에 했던 추 대표의 중앙일보 인터뷰 내용을 가리킨 말이었다.
기사 이미지

추미애 대표 인터뷰를 실은 중앙일보 9월 9일자 10면.

인터뷰에서 추 대표는 “전 전 대통령이 ‘5·18 묘역에 가서 참회하고 싶었지만 반대에 부딪쳐 못 갔다’고 하고 있다는데, 그런 사죄를 한 번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양심에 호소하고, 그의 눈을 보면서 역사에 대한 과오를 뉘우치고 사과할 진정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런 뒤 추 대표가 꺼낸 단어가 ‘용서’와 ‘화해’였다.

이런 사과→용서→화해의 구상이 과연 잘못일까. 하지만 이날 현재 추 대표의 구상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추 대표의 속마음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두환’이란 이름을 당 사람들이 먼저 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 설명 없이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란 발표(8일 오전)가 나오자 당내엔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선 “전 전 대통령은 예우 대상이 아니다” “그런 파렴치한을 왜 만나느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최고위원 만장일치로 ‘방문은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추 대표도 “반성과 성찰을 거부하는 상태에서의 예방은 적절치 않다는 당과 국민의 마음이 옳다”고 결정을 수용했다.

일련의 상황에서 추 대표의 대응이 미숙했던 건 사실이다.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니 당에선 그냥 전직 대통령 예방 일정 정도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왜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안 찾아가고 전 전 대통령은 찾아가느냐”는 의문도 나올 만했다.

그랬던 당내에서 뒤늦게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의원은 “내 실명이 나가면 지지자들에게 돌을 맞을 테니 절대 익명으로 해 달라”고 기자에게 신신당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미 대법원에서 내란죄로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사죄 한마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추 대표가 나서 역사와 광주, 국민 앞에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게 했다면 지지자 중에서도 공감할 사람이 많았을 것 아닌가.”
 
▶관련기사 추미애 “전두환 눈 보며 과오 뉘우치나 확인하고 싶었다”

기자는 앞서 추 대표에게 “좋은 의도였다면 미리 당과 공유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추 대표는 “사실 (취지가) 공유되기는 어렵다. 토론할 수 있는 성질도 아니고…”라며 말을 흐렸다.

현대사의 질곡을 보듬고 큰 통합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기회가 야당 내 소통 부족으로 인해 무산된 것 같아 아쉽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