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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의 “젝키 짱”…젝스키스 “16년 더”

중앙일보 2016.09.12 00:28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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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해체 이후 16년 만에 콘서트를 가진 젝스키스. 고지용을 제외한 이재진·장수원·김재덕·강성훈·은지원(왼쪽부터)이 함께 무대에 섰다.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오빠들이 돌아왔다. 1997년 ‘학원별곡’으로 데뷔해 H.O.T.와 함께 한국 아이돌 시대의 문을 연 젝스키스. 그들이 10~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6 젝스키스 콘서트 옐로 노트(YELLOW NOTE)’로 본격적인 컴백을 알렸다.

원조 팬과 10대 팬 1만여 명
신곡 ‘세 단어’ 함께 부르며 환호

2000년 해체한 원조 아이돌의 16년만의 재결성, 사업가로 변신한 고지용이 빠지고 6인조에서 5인조로의 새출발이다. 단지 일회성 복고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형 기획사 YG와 손잡고 신곡도 발표하며 ‘현역 아이돌’로 복귀를 선언한 점이 흥미롭다.

과연 이들은 팬덤의 ‘추억’을 넘어 한국 아이돌 일반의 ‘조로 현상’을 깰 수 있을까.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은 “젝스키스는 이제 시작”이라며 “16년 만이니 앞으로 16년만 더 봅시다”라며 다부진 의욕을 보였다.

11일 공연장은 1만여 ‘노랭이들’이 모여 “젝키 짱!”을 연호했다. ‘Com’Back’을 첫곡으로 무대에 등장한 이들은 합이 딱딱 맞는 칼군무를 선보였다. 은지원은 “오프닝과 동시에 땀구멍이 오픈됐다. 20대 때는 되던 동작들이 지금은 안 될 때 가장 속상하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한층 능청스러워진 안무, 박력있는 랩은 안정적인 보컬과 조화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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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다시 컴백해줘서 고마워요”라며 이들을 반겼다. [사진 YG 엔터테인먼트]

예상보다 뜨거운 호응 덕에 당초 1회로 기획된 공연을 2회로 연장한 이들은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한 확실한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재진은 “해체 당시 마지막 앨범 타이틀이 ‘블루 노트’였다. 그때 저희 얘기를 끝냈다면 이번엔 ‘옐로 노트’로 팬들에게 이야기를 이어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진은 젝키팬의 상징인 노란 풍선을 대신할 2016년식 응원봉 ‘공갈빵’과 새로운 로고 제작 등 디자인 작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신곡 ‘세 단어’였다. 타블로와 퓨처바운스가 함께 만든 “한 순간도 널 잊었던 적 없다는 말이 무슨 의미겠어요 지금 여기 우리 세 단어면 되요”라는 가사는 팬들을 울렸다. 강성훈은 “다음주에 신곡 두 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비록 장수원은 감기에 걸리고, 김재덕은 “어제는 빈혈이 와서 쓰러질 것 같았다”며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지만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벅차했다. 강성훈은 ‘무모한 사랑’ 무대 도중 발가락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를 숨긴 채 끝까지 공연을 마치고 응급실로 향했다.

이번 콘서트는 젝키 뿐만 아니라 한국 아이돌 20년 역사를 기리는 의미도 있다. 10대 소녀에서 ‘이제는 존칭을 써야 할 것 같은’ 어른이 된 원조 팬들과 이번 컴백의 디딤판이 돼준 MBC ‘무한도전’을 통해 새롭게 유입된 10대 팬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길어진 생명력을 짐작케 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7일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H.O.T.는 기념 공연을 추진했으나 멤버들 간의 의견 및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아 무산됐다. 이에 토니안은 인스타그램에 “20년 동안 함께 해 주신,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사랑해”라는 글을 올렸다. 문희준은 “팬들에게 기억에 남는 아주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 싶어서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며 25일 홍대 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은지원 역시 “H.O.T. 선배님들은 올해가 20주년이고 저희는 내년이 20주년인데 같이 나오기를 항상 손꼽아 기다린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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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1세대 아이돌의 등장은 한국 대중음악시장을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음악 산업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다”며 “이들의 컴백을 계기로, 그 기운을 이어받아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아이돌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이들의 컴백과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동방신기·빅뱅·엑소 이후 초특급 아이돌이 등장하지 않는 답보상태를 깰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한때는 아이돌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이제 아이돌이 없으면 한국 대중문화산업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며 “3강 체제를 형성했던 SM·YG·JYP 뿐만 아니라 배우 중심으로 운영되던 중견 기획사들도 아이돌 육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그 단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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