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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직 마다하고 교장 택한 전 교육부 고위관료

중앙일보 2016.09.12 00:25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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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백범 교장은 “학생들의 행복이 교장의 가장 중요한 책임과 의무”라고 말한다. [세종=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오전 10시 세종시 어진동의 성남고등학교 본관 1층 교장실. 박백범(58) 교장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마침 쉬는 시간이라 복도를 오가는 학생들로 어수선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놓았다”며 “냉장고에 초콜릿과 과자를 채워둔 것도 부담없이 먹고 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부교육감 출신 박백범 교장
“학생들 언제든 오게 방문 열어두죠”

행정고시 28회로 1985년 공직에 입문한 박 교장은 국립 충주대(현 한국교통대) 사무국장, 서울시 부교육감(1급) 등을 역임했다. 지난 6월 퇴직을 앞둔 그에게 성남고 교장 자리를 제안한 건 유낙준 성공회 대전교구 주교였다. 유 주교는 성남고가 속해 있는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관선 이사장이다. 박 교장은 대전시 부교육감 때 청소년 지원사업을 하던 유 주교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 서울 신관중에서 1년가량 도덕교사로 일했던 박 교장은 “교육행정가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인데 그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앞서 박 교장의 퇴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경기와 충청의 5개 사립대에서 “교수로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주저 없이 교장직을 택했다.

박 교장은 “교육부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교수로) 영입하려 했던 것 같다”며 “퇴임 후에 (교육부) 후배들을 괴롭히기 싫었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유일한 사립학교인 성남고는 일반계와 예술계가 함께 있다. 지난해 교원비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교장과 교사 2명이 옷을 벗었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그가 취임한 7월 20일은 여름방학식이 열리던 날이었다. 박 교장은 다음 날부터 교사를 5개 그룹으로 나눠 면담을 시작했다. “과거는 모두 잊고 새출발하자. 필요하다면 어디든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독려했다. 덕분에 퇴직을 고민하던 여교사가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요즘 그의 하루 일과는 기숙사에서 학생들과 아침을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침밥보다 10분의 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학생들을 설득해 식탁에 앉히는 게 행복 중 하나라고 했다. 체육대회, 기능경기 등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가 열리면 현장을 직접 찾아간다. 교장이 응원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큰힘이 된다고 믿어서다.

박 교장은 “학생과 교직원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게 ‘행복이 뭔지 생각해달라’는 것이었다”며 “국·영·수는 최고가 아니더라도 창의적이고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게 교육 목표”라고 말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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