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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키스하는 수병과 간호사’ 여주인공 세상과 작별

중앙일보 2016.09.12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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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 프리드먼

뉴욕 거리에서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해군 병사와 간호사.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사진 속 간호사인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리치먼드에서 숨졌다고 AP 등 외신이 전했다. 92세.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 92세로 별세
2차 세계대전 종전 상징하는 사진

사진작가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가 이 사진을 찍은 날은 1945년 8월 14일.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왔다. 당시 21세의 치과 보조간호사였던 그레타도 일본의 항복 소식이 진짜인지 궁금해 하면서 ‘타임스 스퀘어’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병사가 그를 잡고 키스를 했다.

“나는 그가 다가오는 걸 보지 못했어요.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그 악한에 잡혀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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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4일 사진작가 아이젠슈타트가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서 찍은 사진. 키스의 주인공은 당시 21세의 치과 보조간호사 그레타 짐머 프리드먼과 22세의 해군 병사 조지 멘도사다. [AP=뉴시스]

그레타는 지난 2012년 CBS 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사진 속 해군 병사는 당시 22세였던 조지 멘도사다. 그는 당시 여자친구이자 나중에 부인이 된 리타 페트리와 데이트 중이었다. 사진은 몇 주 후 매거진 ‘라이프’에 실리면서 널리 알려졌고, 2차 세계대전 종전의 상징이 됐다. 아이젠슈타트는 사진에 ‘2차 대전 승리의 날 타임스 스퀘어(V-J Day in Times Square)’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사람들은 그냥 ‘더 키스(The Kiss)’라고 기억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여러 해 동안 신원미상인 채로 남아 있었다. AP는 “1980년 라이프 8월호를 보면 남자 11명과 여자 3명이 사진 속 주인공이라고 주장했다”며 멘도사와 그레타가 주인공으로 확인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1980년에야 다시 만났다. ‘라이프’지가 두 사람의 신원을 밝히기 시작하면서였다.

2012년에는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키스하는 해군 병사: 2차 세계대전을 끝낸 사진에 숨겨진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됐다. 책에 따르면 그레타의 부모는 홀로코스트로 사망했으며, 오스트리아로 탈출한 그레타는 15세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1956년 의사인 미샤 프리드먼과 결혼했으며 아들 조슈아와 딸 마라를 낳았다. 그레타는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의 남편 옆에 묻힐 예정이다. 그의 남편은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했으며 1998년 사망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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