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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쪼개 미술품 수집, 값 올라도 되판 건 없죠

중앙일보 2016.09.12 00:20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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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쓰 다이스케가 8일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 2016’에 전시된 미술품들 앞에 섰다. 그는 “미술품을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경험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판단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평범한 직장인과 유명 미술품 수집가. 일본인 미야쓰 다이스케(53)가 살고 있는 두 개의 삶이다. 그는 23년째 월급을 모아 현대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그림·조각·설치작품만 400여 점에 달한다.

직장인 겸 컬렉터 미야쓰 다이스케
23년째 그림·조각 등 400여 점 모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 2016’(9~11일)에 강연차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8일 만났다. 미야쓰는 “한 기업의 인사부에서 근무 중”이라며 “취미로 시작한 일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의 미술품 수집 노하우를 담은 책 『월급쟁이, 컬렉터 되다』(아트북스 펴냄)를 펴냈다. 또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에서 자신의 수집품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저는 물려받은 유산도 없고, 주식도 하지 않아요. 대신 알뜰히 모은 돈으로 그림을 삽니다. 월급쟁이도 미술품 수집가가 될 수 있답니다.”

그는 현존하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현대 미술품 위주로 수집한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구입한 작품들이 작가의 유명세를 타고 최대 100배까지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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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마 야요이의 ‘무한그물’(1965년 작).

그는 “소장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은 구사마 야요이의 ‘무한그물’(1965년 작)이다. 96년에 5000만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현재 가치가 50억원 상당”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수집한 미술품을 한 점도 되판 적이 없다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미술품 수집가의 역할은 신진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작품을 수집해서 잘 보관한 뒤 후손에 물려주는 겁니다.”

1993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미야쓰는 미술관을 자주 다녔다.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점’을 보고 반해 구입한 게 컬렉팅의 시작이었다. “팍팍한 직장생활에서 저를 구원해준 건 한 점의 그림이었어요. 그림을 매개체로 작가, 큐레이터 등과 소통하는 즐거움도 컸지요.”

그는 주말과 휴가 때면 미술관에 가서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길렀다. 그러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고르게 됐다고 한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본 그림만 구입하는 게 그의 원칙 중 하나다. 미야쓰는 “현대 미술은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 역사와 문화 교과서”라고 했다. “정연두 작가(한국)의 설치작품인 ‘보라매 댄스홀’(2001년)을 보고 한국은 즐거운 나라란 이미지를 갖게 됐어요. 사교댄스를 즐기는 남녀의 모습을 사진 촬영해 벽지로 제작한 작품이지요.”

미야쓰는 현재 수집품을 온도와 습도가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는 특수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술품과 함께 살고 싶어 98년부터 도쿄 인근에 미술품으로 집 내부를 꾸민 ‘드림 하우스’도 건축 중이다. “미술품 수집은 ‘릴레이’ 같아요. 예전 컬렉터들이 그림을 잘 보존해 우리에게 물려줬듯이, 저도 제가 수집한 작품들을 죽기 전에 사회에 기부하고 싶어요.”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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