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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 대신 금메달, 아내와 약속 지킨 최광근

중앙일보 2016.09.12 00:19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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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관중석에 있는 아내 권혜진씨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 최광근. [리우 신화=뉴시스]

불의의 사고는 그의 시력을 빼앗아갔다. 올림픽 출전의 꿈도 사라졌다. 하지만 패럴림픽은 그에게 희망과 사랑, 그리고 가족을 선물했다. 장애인 유도의 간판 최광근(29·수원시청)의 이야기다. 최광근은 11일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패럴림픽 유도 시각장애 남자 100㎏급 결승에서 안토니오 테노리오(46·브라질)에 한판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47초만에 상대선수의 지도를 이끌어낸 최광근은 1분21초만에 발 뒤축후리기를 성공시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최광근은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유도 100㎏급 2연패
시상뒤 응원석 아내에게 달려가
2년 전 생략했던 결혼예물 선물

최광근은 전남 목포 대성초등학교 4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던 최광근은 유도의 재미에 푹 빠져들면서 선수의 길을 걸었다. 합숙 훈련이 힘들어 도망을 다닐 때도 있었지만 강릉 주문진고 재학시절엔 유망주로 꼽힐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2003년 전국대회를 하루 앞두고 큰 사고를 당했다. 훈련 중에 상대 선수의 손가락에 왼쪽 눈을 찔린 것이다. 망막박리 진단으로 결국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왼쪽 눈은 더 이상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다. 고도 난시인 오른쪽 눈의 시력도 점점 약해졌다. 의사는 유도를 그만두라고 했다. 그러나 최광근은 유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계속해야만 했다. 한쪽 눈에만 의지해 수없이 잡고, 또 잡는 훈련을 했다. 단번에 상대를 넘기는 허리후리기 기술도 이 때 익혔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시력 0.05인 오른쪽 눈으로는 1m 앞의 물체를 희미하게 보는 게 전부였다.

2010년. 최광근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장애인 유도를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일반선수들과 맞섰던 그는 장애인 무대에서 단숨에 두각을 드러냈다. 2010 세계선수권, 2010 광저우 패러아시안게임, 2012 런던 패럴림픽 등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하며 40연승을 달렸다.

최광근은 이날 시상식을 마친 뒤 곧바로 응원석으로 달려가 아내 권혜진(37)씨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권 씨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직원으로 두 사람은 런던 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2014년에는 신혼여행도 생략한 소박한 결혼식을 올렸고, 슬하에 아들도 뒀다. 대회 전 아내에게 결혼반지 대신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최광근은 “부족한 나와 결혼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R3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에 출전한 이장호(27)와 R4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에 나선 김근수(43)는 각각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척수장애자인 김근수의 곁에선 아내 황해화(46)씨가 탄환 장전 및 영점 조정을 도왔다. 이 덕분에 부부가 힘을 합쳐 메달을 땄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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