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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600홈런 -1, 대구구장 외야 900석 비운다

중앙일보 2016.09.12 00:15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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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40·삼성)이 걸어가는 길은 오롯이 한국야구의 역사가 된다. 그가 세운 수많은 기록 중 가장 의미있는 건 무엇일까. 이승엽은 “통산 500홈런도 자랑스럽지만 꼭 600홈런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승엽은 10일 대구 NC전에서 시즌 24호이자 한·일 통산 599호 홈런을 터뜨렸다. 600홈런까지는 단 1개 만이 남았다.

한국서 440개, 일본에서 159개
홈런공 잡다가 사고나는 것 방지
잠자리채 등 1m 넘는 물건 반입 금지

모든 공식 기록은 같은 리그에서 세운 것만 인정한다.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눈 앞에 뒀지만 KBO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440개만 인정한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159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승엽에게, 또 그의 팬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열아홉 살 투수가 타자로 전향했고, 수준 높은 일본 리그에서 8년을 뛰었고, 마흔 살 나이에도 30개 가까운 홈런을 때리는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이자 아이콘이다.

이승엽에 앞서 KBO리그 최다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양준혁(47·통산 351홈런)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34)는 한국에서 225개, 일본에서 98개, 미국에서 14개를 때렸다. 16년 동안 한·미·일 통산 337홈런을 친 이대호가 앞으로 이승엽의 나이까지 뛴다고 가정해도 500개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이승엽은 “내가 세운 다른 홈런 기록은 언젠가 깨질 것이다. (한 시즌 최다 기록인) 2003년 56홈런도 박병호 같은 선수가 나타난다면 충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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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산 홈런기록은 다른 가치를 가진다. 힘과 기술은 물론 ▶강한 정신력▶철저한 자기관리▶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의 산물이다. 120년 넘는 야구 역사에서 이승엽보다 많은 홈런을 친 타자는 10명뿐이다. 8명은 메이저리그에서, 2명은 일본에서만 기록을 쌓아 올렸다. 일본의 오 사다하루(王貞治 ·76)는 세계 최다 기록(868홈런)을 갖고 있다. 배리 본즈(52)의 762홈런은 메이저리그 1위, 세계 2위다.

600홈런을 돌파한 선수들은 서로 다른 리그, 다른 시대에서 뛰었다.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시대를 관통하고 야구 역사를 바꾼 ‘홈런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997년 이승엽은 21세에 최연소 홈런왕(32개)에 올랐고, 일본에서 요미우리 4번타자와 2군 타자를 오갔으며, 2014년에는 역대 최고령(38세) 30홈런 기록도 세웠다. 또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왼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왼 무릎, 왼 엄지 수술을 받는 등 부상과 싸워 이겼다. 무시무시한 괴력을 갖춘 것도 아니고, 체격(1m83㎝)이 큰 편도 아니지만 19시즌 동안 파워 넘치는 외국인 선수들과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았다.

삼성은 11일 대구 경기에서 선발 차우찬의 7이닝 무실점 역투에 힙입어 NC를 2-0으로 꺾었다. 이승엽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삼성은 홈런공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몰리다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600호 홈런이 나올 때까지는 외야석 2900석 중 2000석만 판매하기로 했다. 외야석이 가장 먼저 매진됐지만 13년 전과 달리 잠자리채는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신설된 경기장 안전 규정에 따라 길이 1m가 넘는 물건은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다.

이날 5개 구장에는 관중 7만5817명이 입장해 누적 관중 738만4752명을 기록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프로야구 전적(11일)

▶롯데 8-12 LG ▶NC 0-2 삼성 ▶두산 5-2 넥센

▶SK 6-7 한화 ▶KIA 4-2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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