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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제2의 강원랜드는 안 된다

중앙일보 2016.09.12 00:08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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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정
내셔널 부데스크

워런 비티와 애넷 베닝이 주연한 영화 ‘벅시’(1991)에서 전설적인 갱 시겔(워런 비티)은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에 사랑하는 여인의 별칭을 딴 호텔 플라밍고를 짓는다. 비록 시겔은 조직에 의해 제거되지만 플라밍고를 시작으로 라스베이거스는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도박 도시가 됐다.

그 라스베이거스에 기반을 둔 미국의 카지노·리조트 개발업체 샌즈그룹이 요즘 새만금·부산 그리고 여의도에서 심심찮게 언급된다. 샌즈는 부산 북항 재개발지에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이른바 ‘오픈 카지노’ 설립을 전제로 6조원대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 지난 8일 열린 ‘동북아 관광 거점도시 부산시의 발전방향’ 세미나에선 오픈 카지노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샌즈그룹은 새만금에도 오픈 카지노를 전제로 10조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 김관영(군산) 국민의당 의원은 오픈 카지노 허용을 골자로 하는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반대한다. “카지노는 도박 중독자의 대량 생산, 재산 탕진, 2차 범죄 촉발 등 폐해가 적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반대 성명도 냈다.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세워졌지만 다른 곳은 안 된다는 것이다. 강원도 시·군 의회 의장협의회는 최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오픈 카지노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강원랜드와 비슷한 게 인디언 카지노다. 미국은 인디언에 대한 경제적 지원 차원에서 1988년부터 카지노를 허용했다. 미 전역에 460여 개가 있다. 인디언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폐해는 만만치 않다. 도박 중독, 근로의욕 상실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엔 카지노 증가로 수익성도 떨어지면서 인디언들이 새로운 돈벌이 찾기에 나서고 있다.

김관영 의원은 입장료를 강원랜드(9000원)의 10배 수준으로 올리고 입장 횟수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한 방’을 기대하며 머나먼 강원도 산골짜기까지 달려간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새만금과 부산의 접근성은 강원도 정선에 비할 바 아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새만금·부산에 오픈 카지노가 세워진다면 다른 지역들도 ‘우리도 카지노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을까.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도박으로 인한 자살실태 조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2014년)는 이렇게 적고 있다. “도박 중독과 자살은 일정 부분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국 자살률(2007~ 2013년)은 28.8명(10만 명당)이고, 강원도는 40.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역 경제 살리는 걸 카지노에 의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염 태 정
내셔널 부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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