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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만든 기업도, 유통강자 덕에 길 열렸군요

중앙일보 2016.09.12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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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 싶은 스타트업을 찾아라.’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롯데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 행사를 찾아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그룹]

“3분. 아빠들이 하루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입니다. 찔리시나요?”

롯데, 스타트업 지원 창업 활성화
입주 업체 8곳 투자 설명회 개최
벤처캐피탈서 찾아와 높은 관심
대기업 자문으로 시장 감각도 키워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 해빛의 서숙연(31·여) 대표가 발표를 시작하자 남자 청중 사이에서 공감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해빛은 모바일 육아 콘텐트 ‘차이의 놀이’를 개발한 스타트업(start-up)이다. 0~7세 아이들의 발달상황에 꼭 맞는 교육과 놀이법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로 제공한다. 육아에 서투른 아빠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매일 스마트폰을 통한 놀이 콘텐트는 물론 그에 맞는 교구와 교제까지 제공한다. 서 대표가 서비스가 자세히 소개하는 동안 청중은 턱을 괴고 신경을 집중했다. 딱딱하진 않았지만 아주 중요한 면접이라도 치르는듯한 광경이었다.

‘롯데엑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해 개최한 데모데이의 풍경이다.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지난 2월 설립된 롯데그룹의 창업보육 전문법인이다. 스타트업 지원을 통한 청년창업 할성화와 일자리창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신동빈 회장이 100억원을 사재출연하고 롯데쇼핑 등 주요계열사에서 2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으며, 이 중 150억 원을 법인설립 단계에서 우선적으로 조성했다. 4월 초에 1기로 선정된 스타트업 15곳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센터에 입주해 지원을 받고 있다. 6개월간 창업지원금 2000만원을 비롯해 사무공간, 전문가 자문 등을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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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입주 업체들의 졸업식이자, 투자설명회 성격으로 치러졌다. 입주 업체 8곳의 발표가 있었고, 업체별 부스를 설치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롯데그룹 사내벤처 1호인 디자인랩, 부산창조경제혁시센터 추천 기업 4곳도 초청 형태로 부스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장에는 LB인베스트먼트·삼성벤처투자 등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찾아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쇼핑몰 포장 단계를 촬영해 고객이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얼패킹,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호텔 운영 시스템을 개발한 두닷두(DoDotDo), 가상현실(VR) 진동 체감 시스템을 개발한 고등학생 창업기업 리얼햅틱 등이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입주기업 대다수는 롯데 계열사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논의 중이다. 음료수 캔을 개봉한 후 다시 밀봉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XRE는 롯데칠성과 협력해 시제품 출시를 추진 중이다. 남성패션 코디 추천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맵씨는 지난달 30일부터 롯데닷컴을 통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맵씨의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높이 평가해 후속 투자도 검토 중이다. 보안전문기업인 센스톤은 롯데카드와 업무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입주업체들은 롯데엑셀러레이터의 지원이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쾌적한 사무공간과 회의공간은 물론 업체 간의 정보교환의 장이 마련돼 업무 효율을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해빛의 서 대표는 “퀴퀴한 공간에서 쾌적한 사무실로 옮기면서 기술과 콘텐트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얼패킹의 김종철 대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술 개발 위주로 전략을 세우고 회사를 운영한다”면서 “서비스나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이 약했지만 유통에 강한 롯데의 지원과 자문을 받으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이 생겼다”고 말했다.

롯데엑셀러레이터 2기 선발은 벌써 진행 중이다. 지난 9일까지 서류지원을 마감했고, 이를 토대로 2차 발표평가를 거친 후 최종 선발기업이 선정된다. 2기 업체는 유통·식품·사물인터넷(IoT)·드론 등 1차 때보다 폭넓은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20여개를 선발할 계획이다. 롯데 그룹은 올해 안에 지원 스타트업을 5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데모데이 같은 기업설명회(IR) 행사도 지속적으로 개최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엑셀러레이터 이진성 대표는 “1기 업체들의 6개월 전과 현재를 보면 그야말로 ‘일취월장’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면서 “롯데그룹이 갖고 있는 해외 인프라 및 투자자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을 진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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