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이어져 채소 작황 나빠
강원 배추는 올 생산량 30% 줄어

추석을 앞두고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배추 가격이 많이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일 현재 배추 한 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7888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83%나 상승했다. 품질이 좋은 상품은 1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다른 채소 가격도 뛰었다. 시금치는 ㎏당 2만2139원으로 지난해(7733원)보다 186%, 풋고추는 100g당 1645원으로 지난해(806원)보다 104% 올랐다. 애호박(2007원) 한 개는 지난해(1120원)보다 79%, 무 가격은 개당 2832원으로 지난해(1662원)보다 70% 상승했다.
원인은 올여름 폭염이다. 특히 채소류는 지열의 영향을 많이 받고 고온에 취약하다. 배·사과 등의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의 배추 생산량은 평년보다 30% 정도 감소했다. 박종필 한국은행 강원본부 경제조사팀 과장은 “재배 면적이 줄어든 데다 올여름 가뭄과 폭염이 더해지면서 해충과 질병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배추뿐 아니라 다른 채소류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에 초록색 채소인 엽채류의 잎이 짓무르거나 말랐다”며 “출하량이 떨어진 데다 추석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추석을 앞두고 농민들이 7일 강원도 평창군 해발 1200m 청옥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육백마지기’에서 고랭지 무를 수확하고 있다. 올해 폭염이 이어지면서 작황이 좋지 않아 현지 무 출하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량 올랐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으로 무 1개의 가격은 2832원이다. [드론 촬영=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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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추석 차례상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업체도 비상이다. 고가의 시금치 대신 어린 배추·미나리·취나물로 요리하고 있다. 황미애 대대로상차림 대표는 “재료 가격이 예년 명절보다 25% 올라 아르바이트생을 5명 줄이고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명절 음식에 초록색 나물이 꼭 들어가야 하는데 시금치는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워 어린 배추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주부 전모(43·여)씨도 “가격이 많이 오른 나물 종류를 줄여 차례상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추석 이후 수요가 다소 줄고 출하량은 늘면서 10월 초엔 평년보다는 높겠지만 지금보다는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성화선·박진석·유부혁 기자 ssu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