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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폰서 검사 사건 관련자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하라

중앙일보 2016.09.07 18:51 종합 34면 지면보기
고교 동창에게서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에서 비롯된 ‘스폰서 검사 사건’은 표현의 저속함만큼이나 온갖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파견됐다가 이번 사건으로 서울고검에 전보된 김형준 부장검사가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모 사장과 SNS 상으로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검찰 간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이는 술집 여종업원이 거주할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친구를 동원해 생활비 명목의 돈을 전달하게 하고 그 대가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뛴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친구에게 휴대전화를 교체토록 하는 등 증거인멸을 교사하고 다른 검찰청에 고소 사건을 접수토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퇴직한 지 1년 정도 지난 검찰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케 한 뒤 수사를 담당한 검찰청 간부들을 상대로 한 로비를 부탁하고, 변호사 아내의 계좌를 돈세탁용으로 사용한 의혹도 사고 있다. 이쯤 되면 검사 비리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가 서둘러 김 부장에 대한 직무집행을 2개월간 정지하고 대검이 부랴부랴 특별감찰에 착수한 것은 시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팀장을 맡고, 검사 4명과 수사관 10명으로 특별감찰팀을 구성한 만큼 사실상 수사나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감찰보다는 특별수사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 김 사장이 주장한 것처럼 김 부장 외에도 많은 검사가 술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주변에선 벌써부터 ‘검사 리스트’가 떠돌고 있다. 김 사장은 특히 김 부장에게 “너에게 들어간 돈이 7억원이 넘는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국민들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다짐을 믿지 못하고 있다. 홍만표·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크게 실망한 탓이다. 검사들에겐 생명과도 같은 청렴성과 신뢰가 무너질 경우 검찰 조직은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때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이 검찰의 존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 부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작업을 벌여 이들이 수사를 담당했던 사건의 불법성 여부도 캐야 한다. 검찰과 정치권에선 김 부장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으면서 부적절하게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계좌를 빌려준 검찰 출신 변호사와의 유착설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비롯해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건 등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검찰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조직의 명예와 국격을 살릴 수 있도록 ‘무관용의 원칙’으로 수사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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