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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잊혀져선 안 될 한진해운 전 오너의 모럴 해저드

중앙일보 2016.09.07 18:46 종합 3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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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중앙포토]

한진해운 보유 선박 145척 가운데 비정상 운항 중인 선박은 여전히 85척에 달한다. 국민은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해운업계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책임론을 주목한다. 최 회장은 작고한 남편의 친형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2014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주기 직전까지 한진해운을 직접 경영했다.

잘못된 시장 전망에 근거해 비싼 값에 용선료 계약을 남발하는 등 회사 경영이 최 회장의 손을 거치는 동안 한진해운의 부채는 155%에서 1445%까지 10배가량 늘어났다. 회사가 난파 위기에 직면하자 최 회장은 회사 지분을 조 회장에게 넘겼다. 결국 한진해운 사태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난 4월에는 한진해운과의 꼬리 자르기에도 나섰다. 자신과 두 딸이 갖고 있던 주식까지 알뜰히 처분하면서 한진해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때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외부 컨설턴트와 통화한 뒤 자신과 두 딸이 갖고 있던 주식 전량을 팔아치워 거액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 회장은 난파선이 된 회사를 떠나면서 연봉과 퇴직금 명목으로 97억원을 챙겼다. 또 싸이버로지텍·유수에스엠 등 알짜 계열사를 가져가 만든 유수홀딩스의 회장에 취임했다. 유수홀딩스는 2000억원 가치의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하고 있는데 임대료 수입만 연간 140억원에 이른다. 싸이버로지텍 역시 매출의 30%를 한진그룹에 기대 지난해 40%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진해운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는데 전 오너는 달콤한 과실을 따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부실기업을 넘겨받은 조 회장은 사재를 포함해 긴급 자금 1000억원을 내놓고 회사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아무런 말이 없다. 지분이 없으면 책임도 없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다. 하지만 최 회장이 한진해운에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너무 커 그냥 잊혀질 일이 아니다.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에서 반면교사라도 얻으려면 최씨가 보여준 모럴 해저드의 문제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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