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위구호가 가슴에…대통령 풍자 티셔츠 눈길

중앙일보 2016.09.07 18:08
구호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위 문화가 머지않아 바뀔 것 같다. 구호와 풍자가 이제는 피켓이 아닌 티셔츠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풍자 티셔츠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최근 한 소셜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세상을 바꾸는 당신의 메시지 티셔츠(Hans의 패션 프로젝트)'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개인이나 단체가 프로젝트를 제안해 누리꾼들로부터 모금을 하는 사이트다. 수익보다 의미 전달이 주 목적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디자이너 'Hans'는 사회ㆍ정치 이슈를 풍자한 그림과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판매한다며 글을 올렸다.

티셔츠에는 세월호가 침몰하는 현장 사진을 배경으로 한 어떤 인물의 실루엣이 그려져있다. 가운데에는 'We don't Need A QUEEN(우리는 여왕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이 써있다. 실루엣의 주인공이 박근혜 대통령이란 것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사 이미지

박근혜 대통령의 실루엣과 세월호 현장이 들어간 풍자 티셔츠. [사진=tumblbug.com]

또 다른 티셔츠에는 탱크와 군인들이 시가행진을 벌이는 흑백사진을 배경으로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실루엣과 함께 'remember 518(기억하자 5ㆍ18)'이란 문구가 들어있다. 'Liar(거짓말쟁이)'란 문구가 들어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루엣에는 녹색 물이 담긴 컵이 있다. '녹조라떼'라는 비판을 받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기사 이미지

전두환 전 대통령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풍자한 티셔츠. [사진=tumblbug.com]

기사 이미지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 비판을 암시하는 티셔츠. [사진=tumblbug.com]

Hans는 "미리 말씀 드리지만 주어가 없다"며 "저 티셔츠의 얼굴이 본인인 것 같다면 분명 기분 탓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풍자와 희화, 잘못에 대한 지적을 하지 말고 침묵하고, 기다리라 한다"며 "그러면서도 법은 아무것도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한다"고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사회적 예술가 홍승희씨와 미술가 김성균씨 등이 참여했다. 홍씨는 지난해 박 대통령을 풍자하고 세월호 관련 거리 퍼포먼스를 벌였다가 법원으로부터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풍자 티셔츠가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극단적인 여성주의를 옹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등은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써있는 일명 '메갈리아 티셔츠'를 선보인 적이 있다. 지난 7월 게임업체 넥슨이 온라인게임에 출연시킨 성우 김모씨가 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화근이 돼 넥슨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메갈리아 회원들은 단체로 이 티셔츠를 입고 넥슨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