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이슈인사이드]"따라하면 고수익" 주식 정보의 함정

중앙일보 2016.09.07 16:35
기사 이미지

투자정보 제공업체들은 무료 정보로 투자자의 관심을 산 뒤 유료 회원으로 전환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물량을 떠넘기고 잠적하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회사원 A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얼마 전 15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몽땅 날렸다. 아내 모르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없는 돈까지 끌어 모았다. A씨가 투자한 곳은 주식워런트증권, 즉 ELW였다. 미래 주가를 예측해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콜), 팔 수 있는(풋) 권리를 갖는 건데, 맞으면 대박이지만 예상이 빗나가면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사실상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깝다.

A씨는 원래 취미 삼아 소액으로 주식 투자를 했었다. 그가 파생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주식 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ELW 투자를 권유 받았다. 수백%의 수익을 냈다는 다른 회원들의 '인증'을 보면서 욕심이 생겼다.

첫 투자에서 1000만원 정도를 날렸다. 카페 운영자가 추천한 종목으로 투자를 했는데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운영자는 재매수를 권유했다. 남아있는 500만원을 '몰빵'했다. A씨는 "적중하면 본전은 물론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모험을 했다"며 "지나고 보니 일확천금의 환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푸틴 전용차 정면충돌, 운전자 사망···푸틴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A씨에게 매수를 권유한 카페 운영자는 자기가 보유한 종목을 A씨에게 떠넘긴 것이었다. 이 운영자는 A씨를 통해 700여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일명 '물량 털기'에 A씨가 당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A씨가 항의하자 운영자는 재투자 금액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후 운영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주식정보 제공업체 알고 보면 다단계 사기와 유사

'주식으로만 월26억 버는 여교사', '월 150 여비서 집에 갈 땐 80억 부가티', '적중률 98% 급등주탐색기 무료'…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제목이다. 기사 형식으로 되어 있어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클릭해 들어가보면 주식 투자 자문업체의 광고다. 일정 금액을 낸 회원들에게 주식 매매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최근 사기 혐의로 구속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0)씨도 비슷한 경우다. 이씨는 'M'인베스트라는 투자자문업체를 차리고 장외 주식 정보를 제공해왔다. VIP 회원으로 가입하면 이씨가 출연하는 증권정보 방송 시청권을 주는 식이다. 한 달 이용료가 약 30만원 정도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씨는 '성공한 개미'로 유명세를 떨쳤다. 증권 관련 케이블방송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다. 2014년에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회원을 끌어 모았다. 이씨가 구속 직전 SNS에서 밝힌 회사 규모는 연 30억~40억원의 순수익을 내는 이씨의 1인기업이다. 그는 "솔직히 재산이 얼마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는 수천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씨가 투자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헐값의 장외주식을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이씨가 회원을 끌어 모은 방법은 앞선 A씨가 당한 방법과 유사하다.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자에게 대박의 환상을 심어준다. 이어 자기가 추천하는 주식이 급등주라고 소개해 투자금을 모은다. 주가가 떨어지면 보상하겠다며 투자자를 안심시킨다. 검찰이 파악한 이씨의 주식 거래 규모는 2년간 1670여억원에 달한다. 이씨는 그 중에서 2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말이다.
 
적금이나 보험은 뭐하러 들어요? 당장 해약하고 대출해서라도 장외 주식 사세요. 저를 믿으시라고요. 투자했는데 가격 내려가면 제가 두 배로 환불해드리겠습니다."
기사 이미지
최근 주식 투자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가 운영해온 투자자문업체의 유료회원 요금표. 이씨는 투자금을 보전해주겠다며 회원을 모아 2년간 1670억원의 투자금 중 200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사진=M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SNS도 정체불명 투자정보 제공 넘쳐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 SNS를 활용해 사람들을 끌어 모아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급등주 매매 정보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무료로 몇 개의 종목을 제공하다가 유료 회원 가입을 권유한다. "유료 회원이 되면 10% 이상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식이다. 이는 무허가 유사투자자문업에 해당돼 불법이다.

그런데도 근절되지 않는 건 이런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까? 기자가 직접 해봤다.

먼저 한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화제의 뉴스'라는 코너에 올라온 광고를 클릭했다. '월급 100만원 식당아줌마, 집 갈 땐 벤츠끌고…'란 제목이 마치 화제의 기사로 포장돼있다. 김모씨 개인의 이름을 내건 R투자자문회사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본업에 종사하시면서 저희가 제공해 드리는 정보로만 매매하셔도 충분하다"며 회원 가입을 권유한다. 일반 회원은 업체 홈페이지에서 매일 장중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매매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와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모두 열어 놓고 준비를 마쳤다. 오전 9시21분에 코스피 B종목을 매수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매수 가격은 5380원. 목표가는 5540원이다. 서둘러 주문창에 종목명을 입력하고 매수를 시도했다. 그러나 주가는 이미 매수가격을 벗어나있었다. 업체의 사인을 확인하고 매수창 입력을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여초 가량이었다. "매수 단가를 벗어나면 포기하고 다음 추천을 기다리라"는 설명에 따라 매수를 포기했다.

◇"지금 매수" 불가능한 종목 추천은 유료 가입 미끼

두 번째 추천 종목이 나왔다. 코스닥에서 연일 등락폭이 커서 위험해 보이는 종목이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매수 주문을 하려 했지만 업체가 제시한 매수 가격은 벌써 지난 뒤였다. 틱 차트로 확인해보니 업체의 매수 목표 가격은 추천글이 올라오기 직전에 이미 지나 있었다. 추천 글대로 사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업체는 "회원수가 급증해 매수가 근처에 수급이 몰리면서 손이 빠른 분들만 수익이 나고 있다"며 "VIP 회원으로 가입하면 그 단점을 보완해 종목을 추천해준다"고 유료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이 업체의 VIP 이용요금은 한 달에 70만원 1년치를 선불로 지불하면 430만원이다.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이번에는 SNS를 이용한 종목 추천을 이용해봤다. 포털사이트 증권게시판에서 "미공개 정보를 공유한다"며 카카오톡 아이디를 요구하는 글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혹은 자신들의 전화번호를 올려놓고 문자메시지를 주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아이디를 공개하자 이내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방식은 위의 투자자문업체와 같았다. 그때그때 종목을 추천한다. 하루에 3~5개 정도의 추천 종목이 올라왔다. "방장 덕분에 얼마를 벌었다"는 글들도 올라온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수익을 내기는 어려웠다. 간혹 수익이 나는 종목이 있긴 했다.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신 분들 방금 수익 보셨죠?"라며 수익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는 종목에 대해선 더 이상 설명이 없었다. "대기하라"거나 추가매수로 평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를 권하기도 했다. 손실 종목이 늘어나자 유료로 이용하면 고수익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식이다. 이용자가 아는 정보라곤 카카오톡 아이디뿐이다. 문자메시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몇 번 정보를 제공하다가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식이다. 역시 정보 제공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통화 연결이 불가능한 전화번호뿐이다.

 
기사 이미지
한 인터넷 언론사에 게재된 주식투자 자문업체의 광고. 화제성 기사인 것처럼 사용자를 현혹하고 있다. [사진=N언론사 홈페이지]

◇피해 당해도 법적 대응 어려워…'대박 환상' 버려야

이런 유혹은 대개 초단타로 '투기'를 하는 개인들에게 집중된다. 급등락을 반복하거나 세력이 개입해 주가 조종이 의심되는 비우량 종목 게시판 등에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회사의 가치를 보는 중장기 투자자들보다 유혹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노리는 건 사실 자신의 물량을 떠안을 '희생양'이다. '동호회'라고 불리는 주가 조종세력들이 주로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아 주가를 올린 뒤 자신들의 물량을 처분한다.

유료 정보 제공의 경우에는 다단계 사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투자금을 보전해준다며 안심 시킨 뒤 '돌려막기'를 하는 게 다단계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인터넷 카페나 홈페이지, 문자메시지, SNS 등 수단만 다를 뿐이다. 금융당국은 이렇게 투자 자문을 해주는 소규모 업체들이 약 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해를 당했더라도 손실을 보상받기는 어렵다. 무료로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 삼기도 어렵다. 권유만 했을 뿐 실제 의사 결정은 스스로 했기 때문이다. 정보 제공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려 해도 신원을 파악하기도 어려워 실제 법적 분쟁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법무법인 다우 강종표 변호사는 "주식을 권유하면서 자기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일 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돈을 받고 주식 정보를 제공했다면 허가 없이 유사투자자문업을 한 것이어서 자본시장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강 변호사는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보겠다는 유혹을 경계하고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 건전한 투자 개념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