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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 리우도 해냈다, 평창도 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16.09.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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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리우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내 고향에서 열린 남반구 사상 첫 올림픽에 대해 "역대 최고였다"는 평가를 내리진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대회로 남을 것"이라던 일부의 부정적인 시선을 말끔히 극복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경제적인 올림픽'의 가능성을 열어준 점이 아닐까 한다. 리우 올림픽 개·폐회식 예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과 견줘 1/10 수준이다. 적은 예산으로 이전 어느 올림픽 개·폐회식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아름다운 이벤트를 만들어낸 건 브라질 국민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나 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대신 창의성을 살리고 개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 통했다고 본다. 이젠 예전처럼 국가의 정치·경제적 역량을 보여주느라 돈을 펑펑 쏟아붓는 올림픽 개막식을 기대하긴 어렵다. 빠듯한 살림으로 대회를 준비 중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또한 어마어한 자본을 투입한 화려한 행사 대신 한국 문화의 신비, 한국인의 매력과 열정을 잘 드러내는 콘텐트로 개·폐회식을 준비해야한다.

한국의 강점은 다채로운 대중 문화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유명세를 타는 K팝이 대표적이다. 보사노바의 탄생지이자 브라질의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리우가 올림픽을 통해 문화적인 매력을 발산했듯이 한국 또한 K팝을 위시한 양질의 한국 문화를 평창 올림픽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리우 올림픽에서 아쉬운 부분 또한 적지 않았다. 리우는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고질병을 앓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불안한 치안과 극심한 빈부 격차, 부족한 인프라는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여러가지 고질적인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마술봉'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리우를 방문한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대회 기간을 전후해 퇴역한 군인·경찰들까지도 팔을 걷어붙였다. 평소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올림픽에 쓰일 경기장과 제반 시설들을 하나하나 건설한 기술자들의 노력도 있었다.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모든 면에서 풍족한 올림픽을 치른 이전 여러 나라들과 달리 리우는 '리우답게, 브라질 답게'라는 화두를 품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올림픽 정신이란 여러가지 환경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도전하는 마음가짐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회 개막에 앞서 매우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을 봤다. 한 시민이 리우로 가는 공항 입구에서 '웰컴 투 헬(Welcome to hell·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라 적은 플래카드를 펼쳐든 장면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와 '오죽하면'이라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경제 위기와 테러 위협, 치안 문제 등 당면한 과제에 지친 대다수의 브라질 사람들에게 올림픽은 사치로 여겨진 게 사실이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개막식이 분위기를 바꾸는 촉매제가 됐다. 2년 동안 정부와 조직위원회를 욕하던 사람들이 SNS를 통해 브라질을 자랑하기 시작한 게 이 무렵부터다.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올림픽을 지켜보며 지쳐 있던 브라질 사람들도 웃음과 행복을 되찾기 시작했다. 리우 올림픽의 경제 효과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번 대회를 통해 브라질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다가올 여러 도전 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브라질에게 필요한 첫 번째 키워드는 '국민들의 일체감'이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헬조선(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뜻의 인터넷 은어)' 논란은 불편하고 안타깝다. 경기 침체로 인한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2년 뒤 열리는 평창 올림픽이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군 나라'로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에는 '똘똘 뭉쳐 외환 위기를 극복한 나라'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가올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또한 한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의심하지 말자. 리우도 해냈다. 평창도 할 수 있다.

정리=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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