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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90도 인사…“섬김 리더십” “가벼운 처신” 갈려

중앙일보 2016.09.07 01:56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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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6일 자신이 복무했던 경기도 파주시 1포병여단 355포병대대를 방문해 장병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이날 부대에서 장병들과 취침을 하기도 한 이 대표는 ?돈이 없는 사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생각이 있지만 존치 여부를 명쾌하게 답할 순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국회 본청 새누리당 대표실. 이정현 대표는 ‘58년 개띠’ 동갑내기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첫 상견례에서 90도로 몸을 굽혀 인사했다. 5선인 추 대표에게 “국회의원으로선 대선배님을 넘어 왕선배님”이라고도 불렀다. 야당 대표에게 한 90도 인사는 이 대표가 표방한 ‘섬김(서번트) 리더십’의 한 장면이었다.

대표 취임 한 달 엇갈린 평가
민생현장 21차례 방문 “생활정치”
“청와대와 소통하는 게 우선” 지적

비슷한 장면이 6일에도 있었다. 5일 새누리당과 호남 연대론을 제안한 이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 김대중도서관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제가 정치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DJ)의 손주 세대”라며 “어렸을 때부터 너무 존경하고 많은 걸 배우고 자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여사 곁에서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며 극진히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염동열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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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사는 이 대표의 ‘새누리당-호남연대’ 제안에 대해 “영호남을 뛰어넘어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하면서도 “세월호 사건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비극이 정말 되풀이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난처해진 이 대표는 “여사님이 정말 걱정하시도록 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가 7일로 대표 취임 30일을 맞는다. 그간 이 대표는 ‘섬김리더십’과 ‘생활정치’ 실험을 벌여왔다. 지난달 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방문하고, 27일 충남 서산 어류피해 현장을 찾는 등 대표 취임 후 민생현장 방문을 21차례 했다. 지난달 14일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수행원 없이 비공식 방문한 뒤 돌아오다가 대구 동대구역에서 목격됐다. 일주일 뒤인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의사회가 주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규탄 시위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그는 기자에게 “서민 삶의 현장에서 사람냄새, 땀내 나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임 한 달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서민리더십과 민생으로 당을 잘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도 “계보 의원이나 세력이 없지만 한 달 만에 주류·비주류의 화합을 이뤄낸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에선 “이 대표가 원맨쇼에 치중하고 있다”며 “정세균 국회의장 개회사 논란 당시 막후 담판을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할 때 이 대표는 피켓 시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비박계 인사는 “대표로서 너무 처신이 가볍다”며 “야당 대표에 대한 90도 인사 등은 과공비례”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아직 청와대 홍보수석인 줄 착각하고 있다”(윤관석 더민주 대변인)고 혹평하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민생행보도 좋지만 국정 현안에 대해 청와대와 소통하고, 야당과는 협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우선순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채윤경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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