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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참패한 메르켈, 난민 통제 고삐 죌까

중앙일보 2016.09.07 01:33 종합 14면 지면보기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하면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숙고해야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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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던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한 말이다. 전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랄 수 있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기민당·CDU)이 참패한 데 대한 반응이다. 기민당은 반이슬람·반유로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도 밀려 3위를 했다.

연정 파트너 기사당 “상한선 필요”
프랑스 사르코지도 우클릭 강화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난민정책과 관계가 있는 만큼 내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국경을 난민들에게 개방한) 결정을 옳았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정계에서도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독일 언론은 “메르켈 총리에겐 ‘불만의 가을’이 될 것”(쥐드도이체차이퉁)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자제하거나 숨죽이고 있던 비판자들이 한껏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우선 기민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당(기사당·CSU)부터 한 소리 했다.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정부 내무장관은 “더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쇼이어 기사당 사무총장도 “난민 수의 상한선을 설정하라는 자당의 오랜 요구를 메르켈 총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비난 받아야 할 정당은 기사당이 아닌 기민당”이라고 했다.

다만 메르켈이 절체절명의 위기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메르켈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지도가 5년 내 최저라지만 45% 정도다. 기민당 내에 2인자가 볼프강 쇼이빌레(74) 재무장관인데 유권자들에겐 고령이란 인상을 주고 있다.

그렇더라도 기민당이 기존 난민 기조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을 관통하는 반난민 정서에 극우 정당이 득세하면서 기존 정당들도 난민 통제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내년 상반기 대선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의 결선 투표행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프랑스에서 공화당 대선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보이는 강한 우향우가 대표적이다. 난민 문제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는 그는 부르키니(부르카와 비키니의 합성어) 착용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난민 정당이 원내 2당인 덴마크에서도 우파 정부가 난민의 고삐를 죄는 정책을 도입했거나 도입하고 있다.

메르켈의 부진과는 대조적으로 AfD의 공동 대표인 프라우케 페트리(41)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독일 괴팅겐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페트리는 난민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초강경 발언으로 국민들의 반난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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