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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외침 LOUD] 건널목에 노란 선·발바닥·스마일…“그림 보고 천천히 건너요”

중앙일보 2016.09.07 01:28 종합 18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길가를 점령했습니다. 좁은 길에는 아이들과 차량이 위태롭게 엉켜 있습니다. 이승준(11) 어린이는 “차가 너무 많이 다녀 겁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차체보다 키가 작아 운전자들이 쉽게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불법 주정차 차량까지 운전자의 시야를 막으면 사고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의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 건널목에서는 길을 건너던 8세 어린이가 1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불법 주차된 차량에 시야가 가린 운전자가 갑자기 뛰어나온 어린이를 보지 못해 발생한 참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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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은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하는 지역입니다. 유치원·초등학교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 도로에 지정합니다. 하지만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13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8명의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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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설치를 위한 국비 지원 예산은 해마다 줄었습니다. 2011년 745억원이었던 예산은 2013년 375억원, 2015년 90억원으로, 올해는 65억6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국비 지원이 없어 자체 예산으로 스쿨존을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스쿨존이 많고 노후 시설 정비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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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초 앞 ‘노란 발자국’ 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 [사진 제임스 요한슨 객원 작가, 경기남부경찰청]

‘작은 외침 LOUD’는 9월 새 학기를 맞아 안전한 스쿨존을 만들기 위해 작은 실천 운동을 제안합니다. 지자체와 학교가 함께 만드는 ‘학교 앞 노란색’ 운동입니다. 인도 경계석 앞에 설치하는 ‘학교 앞 노란 선’과 ‘노란 발자국’, 건널목 앞에서 어린이들이 양옆을 살피도록 유도하는 ‘학교 앞 노란 스마일’, 건널목 주변에는 불법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학교 앞 주정차 금지 노란 스티커’ 등 네 종류의 픽토그램을 활용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입니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인 어린이들도 교통안전에 신경 쓰는 습관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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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상현초 앞에 그려 놓은 ‘노란 선’(사진 왼쪽), 경기도 시화초 앞에 부착한 ‘양옆을 살펴요 노란 스마일’. [사진 제임스 요한슨 객원 작가,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이 기획해 확산시킨 ‘노란 발자국’과 ‘노란 선’은 보행자가 차로를 건너기 전 ‘일단 멈춤’ 하도록 유도합니다. ‘학교 앞 노란 스마일’은 지난해 1월 LOUD가 제안했던 ‘횡단보도 앞 눈동자-양옆을 살펴요’ 픽토그램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 픽토그램은 보도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 수원시가 교통혼잡 지역 횡단보도에 적용하는 등 여러 지자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잘 떨어지지 않는 알루미늄 스티커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학교 앞 주정차 금지 노란 스티커’는 노란색 형광 플라스틱으로 만든 돌출형 양면 스티커로 횡단보도 인근 안전 펜스에 부착하면 운전자의 눈높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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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초 앞에 ‘노란 발자국’을 칠하는 모습(사진 왼쪽), 안전 펜스에 설치한 불법 주정차 금지 ‘노란 스티커’. [사진 제임스 요한슨 객원 작가, 경기남부경찰청]

이번 활동을 위해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와 경기남부경찰청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각종 픽토그램을 학교에서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 교통안전 노하우 도구함’ 100개를 시범 제작했습니다. 도구함에는 노란색 페인트 1L와 붓, 롤러, 고무 망치, 네 종류의 픽토그램 스티커가 들어 있습니다. 도구함 제작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의장은 "이번 LOUD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교통 안전 의식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 교통안전 노하우 도구함’은 1차로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전체 초등학교(38곳)에 배포 중입니다. 교사와 아이들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김소윤(11) 어린이는 “횡단보도 앞에 ‘양옆을 보라’는 글씨를 본 뒤에는 꼭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여미자 시흥초등학교 교감은 “아이들이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하느라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그림이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충목 시흥시 도시교통국장은 “픽토그램 부착 후 실제로 자동차 주정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오는 11월까지 교통 취약 지역 62개 학교를 추가로 선정해 LOUD의 교통안전 도구함을 배포할 계획입니다.

그간 스쿨존의 사고 방지책은 운전자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법규위반 행위를 단속하는 등 운전자에게 집중한 측면이 있습니다. 허억(어린이 안전학교 대표) 가천대 교수는 “운전자와 보행자인 어린이의 안전 의식이 함께 높아져야만 어린이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란색’ 픽토그램이 학교 앞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시도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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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loud@joongang.co.kr), 페이스북(facebook.com/loudproject2015)으로 보내 주시면 개선책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지난 1년여간 LOUD에서 제안한 픽토그램 디자인을 보내드립니다. e메일이나 페이스북으로 연락 주세요. 중앙일보(joongang.co.kr), 중앙SUNDAY(sunday.joongang.co.kr)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동안 진행한 LOUD 프로젝트를 볼 수 있습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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