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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민 5명 중 1명이 자원봉사…복지예산 연 58억 아꼈다

중앙일보 2016.09.07 00:53 종합 23면 지면보기
서울 관악구 관악노인종합복지관 1층 경로식당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최한기(58)씨는 점심을 제 때 먹지 못한다. 2006년에 뇌출혈로 쓰러졌던 그는 10년째 이 곳에서 일주일에 서너 차례 배식과 설거지 봉사를 한다. 하루 300~400명의 노인들이 식사를 마친 뒤 남긴 식판을 닦는 봉사는 오후 2시쯤 마무리 된다. 일을 마친 뒤 그는 주로 인근 순댓국집으로 간다. 구청에서 발급받은 ‘우수자원봉사자증’을 제시하면 5000원짜리 순댓국에서 500원을 깎아준다. 최씨는 “자원봉사증을 보여주면 할인해 주는 근처 정육점도 내 단골집이다”며 웃었다.

1년 새 55% 늘어 서울 자치구 1위
우수자 선정 각종 혜택줘 참여 유도
미용실·서점 할인 등 실질적 이익

관악구 신림체육센터는 동네에서 ‘우수자원봉사자’들의 집결지로 통한다. 우수자원봉사자증을 가져오는 이에게는 헬스·아쿠아로빅·수영 등의 생활 체육 프로그램 등록비를 30% 할인해 준다. 최근 1년 동안 구청이 인정한 우수자원봉사자 140명이 체육센터를 한 달 이상 이용했다. 이날 헬스장을 찾은 우수자원봉사자 구봉근(63)씨는 “대가를 바라고 봉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봉사에 들어가는 노력을 인정받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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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평생대학’과 관악소방서 의용대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6일 관악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관악구는 1년에 36.5시간 이상 봉사한 이들에게 ‘우수자원봉사자’ 증명서를 준다. 우수봉사자들은 음식점·미용실·체육시설 등 구내 256개 상점과 시설을 이용할 때 5~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서울 관악구의 자원봉사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관악구의 지난 1년간 자원봉사자 실인원(연 1회 이상 활동한 자원봉사자 수) 증가율은 55.5%(1만1682명→1만8163명)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았다. 행정자치부 자원봉사포털시스템에 등록된 관악구 자원봉사자는 9만8828명이다. 관악구민(50만9663명) 5명당 한 명이 자원봉사자다.

관악구에 자원봉사자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자원봉사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방식을 바꾼 덕이다. 봉사자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그에 감사하는 수준을 넘어 이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1년에 36.5시간 이상 봉사한 이들에게 ‘우수자원봉사자증’을 발급하고 이들이 구청과 협약을 맺은 가게를 이용하면 정가의 5~3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관악구 내 미용실·서점·안경점 등의 제휴 업체가 256곳이다.

‘우수자원봉사자증’ 발급은 한 주민이 “병원 등과 협약을 맺어 할인 혜택을 주면 자원봉사가 활성화 될 것 같다”며 유종필(59) 구청장에게 직접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임현주 관악구 자원봉사센터소장은 “봉사자들에게도 실질적 이익을 주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자원봉사자를 우대하는 제휴 상점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자원봉사 활동 확대에는 시민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따른 부담을 구민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해소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관악구에는 25개 자치구 중 여섯 번째로 많은 1만2458명의 기초생활수급자가 있다. 재정자립도는 20.7%로 22위다.

자원봉사자 수가 꾸준히 늘면서 관악구는 복지비 증가 부담을 덜고 있다. 임 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자원봉사를 통해 총 58억여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민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복지 수요를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방과 후 학습교육·멘토링 등 ‘지식복지’ 분야에 주안점을 두고 자원봉사 활동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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