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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잠든 히말라야로 신혼여행 간 산악인

중앙일보 2016.09.07 00:41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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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히말라야 히운출리봉 등정에 나선 홍정표(앞줄 왼쪽에서 첫째)씨와 박종성(뒷줄 왼쪽에서 둘째)·민준영(뒷줄 왼쪽에서 넷째)씨 등 직지원정대원들이 등반에 앞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직지원정대]

지난달 27일 늦깎이 결혼을 한 산악인 홍정표(50)씨는 아내 차승연(47)씨와 함께 신혼 여행지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찾았다. 자연 풍광을 즐기려는 게 아니라 7년 전 히말라야에 도전하다 실종된 후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009년 충북 청주지역 산악구조대원들로 구성된 ‘직지원정대’ 대원 민준영(당시 37세)·박종성(당시 42세)씨가 실종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다.

청주 홍정표·차승연씨 부부
7년 전 등반 중 후배 2명 실종

직지원정대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히운출리봉(6441m)을 오르는 새로운 등산로를 개척하기 위해 그해 8월 27일 출정했다. 직지원정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히운출리봉에 ‘직지루트’를 만들려고 했다.

9명의 직지원정대 대원들은 서북 능선과 북벽으로 정상 등정을 계획하고 2개 팀으로 나뉘었다. 홍씨가 대장을 맡은 서북 능선팀이 9월 13일 먼저 정상 공격에 나섰지만 눈과 얼음이 녹아 등반이 어려운 상태였다. 홍씨는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북벽팀 루트개척 준비를 돕다 일주일 뒤 귀국했다.

박씨와 민씨는 북벽팀이었다. 이들은 네팔에 남아 9월 23일 등반에 나섰고 이틀 뒤인 25일 오전 5500m 지점에서 “골짜기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 중이다. 등반을 마치고 연락을 하겠다”는 무선 교신을 끝으로 실종됐다.

홍씨는 “이듬해 실종된 후배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다른 원정대원들과 다시 안나푸르나에 올랐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며 “2013년 추석 때 산악구조대원과 유족·동료 산악인 등과 함께 당시 베이스캠프 인근 4200m 지점에 두 동생의 추모비를 세웠다”고 말했다.

홍씨 부부는 추모비 앞에서 결혼 사실을 알리고 추석을 맞이해 추모의 뜻도 전했다고 했다. 홍씨는 “맥주를 좋아하는 종성이와 소주를 즐기는 준영이에게 주려고 가방에 맥주와 소주를 같이 챙겼다”고 말했다. 원정대원, 산악구조대원들과 함께 촬영한 결혼식 사진도 추모비에 놓아뒀다.

그는 “길이 험한데도 히말라야 신혼여행을 흔쾌히 수락해 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안나푸르나를 지키고 있는 두 동생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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