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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녹조 숭어와 미국 국립공원 100년

중앙일보 2016.09.07 00:18 종합 3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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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술
JTBC 사회2부 탐사플러스팀장

“목불인견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지인이 “전남 영산강에 다녀 왔다”고 했다. 풍광 좋은 강가에 나무 데크로 만든 자전거 길은 낭만적이었다. 22조원을 투입한 ‘4대 강 사업’의 산물이다.

하지만 즐거움은 잠시였다. “밑을 보니 물은 고여 있고, 보기에도 끔찍한 녹조만 가득했어요.” 그의 탄식은 계속됐다. “자전거 길을 강 옆에 조성하지나 말지…. 바로 옆에서 녹조를 직접 본다는 게 어처구니없었죠.”

며칠 전 낙동강 취재에 나선 후배 기자가 보내온 영상도 충격이었다. 현장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숭어 배를 가르니 걸쭉한 녹조가 쏟아져 나왔다. 뿌연 화면으로 가리지 않고선 방송이 어려울 정도였다. ‘녹조 라테’에 이은 ‘녹조 생선’의 출현이다.

이런 일이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가끔 자전거·조깅 운동을 하다 안양천·한강의 합류 구간을 지나곤 한다. 평소에도 시궁창 냄새가 곧잘 나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가 이 부근에 ‘녹조 제거선’ 2대를 투입키로 결정했다. 한강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녹조 창궐의 주범으론 여럿이 꼽힌다. 영산강·낙동강 같은 곳에선 ‘수중 보’가 물을 가둬두면서 강 흐름이 느려진 점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올해엔 폭염까지 겹치면서 녹조를 부채질했다. 축사·생활 폐수의 유입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명한 건 4대 강 사업도 주된 원인의 하나로 의심받는다는 점이다. 공사를 끝낸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하지만 ‘생태계 파괴’ 논란은 갈수록 심해진다. 자전거 길을 만드는 ‘친수(親水)’도 좋고, 홍수·가뭄에 맞서는 ‘치수(治水)’도 필요하다. 그러나 넘치는 생명력으로 살아 흐르는 ‘활수(活水)’가 없으면 모두 무용지물 아닌가.

몇 년 전 미국에 머무는 동안 서부의 국립공원 여러 곳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개인이 자연을 소유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 제도’를 고안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들 스스로 ‘미국 최고의 아이디어(America’s best idea)’라고 자랑할 정도다. 다른 나라들까지 제도를 수입해 갔으니 그럴 만하다.

마침 1916년 출범한 국립공원관리청이 지난달 25일 ‘100주년’을 맞았다. 언론들은 1세기 동안 지켜온 자연과 생태계를 자랑스레 집중 조명했다. 물론 미국이라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논란이 없진 않다. 세쿼이아·킹스캐니언·요세미티 같은 국립공원에 가보면 곳곳에 도로·캠핑 시설·수퍼마켓 등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연의 ‘인위적 변형’을 자제하고 방문객과 공존하며 후손에 대물림하는 원칙을 지킨다.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같은 환경 대책에선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보다 급한 오염국들을 제치고 열심히 달려든다. 정부에 묻고 싶다. 녹조 숭어가 나오는 강물,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할 물은 왜 그렇게 못하나.


김 준 술
JTBC 사회2부 탐사플러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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