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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주관식이었으면 틀렸을 문제’…오답노트에 꼼꼼하게 기록

중앙일보 2016.09.07 00:02 Week& 2면 지면보기
서울 보인고 2학년 이정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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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군이 방과 후에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그는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학교 자율학습실을 찾는다.

“우리 아이는 어떤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할까요?” 박배재(43·서울 암사동)씨가 2년 전 중 3 아들의 진학 상담을 위해 담임교사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특목·자사고에 가기는 성적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집 근처 일반고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당시 아들의 평균 점수는 97점. 점수만 놓고 보면 우수한 편이지만, 중학교에서 석차를 공개하지 않아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이 안됐다. 반에서 2~3등, 전교에서 20~30등 할 거라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SNS로 공부방 만들어 멘토링 주도
수학 오답노트는 기본, 주의노트도 작성
집중력 떨어지면 장소 옮겨가며 공부

하지만 담임교사에게선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이 성적으론 못갈 곳이 없습니다. 아드님이 전교 1등입니다.” 보인고 2학년 전교 1등 이정태군 얘기다.

이군은 중학교 졸업은 물론,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전교 1등이었다. 사실 이군 자신도 고등학교 올라와서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할 줄은 몰랐다. 자율형사립고인 보인고 입학이 결정된 이후 주변에서 ‘고등학교 때 방심하면 큰 코 다친다’ ‘중학교 때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겁을 주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학 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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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을 유지하고 학습량을 점검하는데 사용하는 스톱워치.

가장 큰 비결은 성실함이다. 이군은 학교 수업 중에 졸거나 딴 짓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한 과목에 100시간 투자하는 것보다 수업 한 번 제대로 듣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수업에 집중하는 게 내신 시험 한두 달 전부터 교과서 달달 외우는 것보다 중요하죠. 변별력을 가리기 위해 출제하는 고난도 문제들은 대부분 선생님이 수업 때 가르쳐준 내용에서 나오거든요.”

이군의 이같은 생각은 같은 반 친구들의 학습 의욕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군의 반에서는 점심·저녁시간을 이용해 수업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수업 때 졸거나, 내용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친구들이 도움을 청한다. 이군이 멘토가 되는 셈이다. 이군은 “수업 내용만 제대로 이해해도 성적을 올릴 수 있는데, 한 번 수업을 놓치면 다시 들을 기회가 없어서 안타까웠다”며 “선생님께 질문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수업 내용을 알려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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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를 쓸 때는 계획한 시간, 학습내용과 함께 보완할 점, 반성할 점 등에 대해 꼼꼼히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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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급회장이 된 후로는 같은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공부방’을 운영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매개로 누구나 멘토-멘티가 될 수 있다. 한 학생이 채팅창에 ‘수학교과서 45쪽 2번 문제 좀 알려줘’라고 질문을 올리면, 또 다른 사람이 ‘내일 점심시간에 가르쳐줄게’라고 답을 한다. 그의 반 교실에는 점심, 저녁시간을 이용해 자율학습하거나 친구들에게 과외를 해주는 급우들이 많다. 평소에는 6~7명, 시험 기간엔 12~13명으로 늘어난다. 이군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하고, 스스로도 한 번 더 복습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군이 가장 집중해서 공부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그가 수능을 치르는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 수학의 중요성이 커졌다. 평소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할 때도 80% 이상을 수학문제 해결하는데 투자하고, 시험기간 전에는 기본적으로 문제집 5~6권을 푼다.

문제집 한 권을 풀 때도 모르는 문제가 없을 때까지 4~5번 반복한다.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5분 정도 고민한 후 넘어가고, 채점 뒤에는 틀린 문제나 해결 못한 문제에 재도전한다. 문제 옆에는 ‘주관식이었으면 틀렸음’ ‘오래 걸렸음’ ‘풀이 방법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음’처럼 자신이 그 문제를 다시 풀어야 하는 이유를 간단히 적어 놓는다.

1학년 때는 문제를 다시 푸는 데만 집중했다. 문제를 보면 풀이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여러 번 반복했지만, 막상 시험에 조금만 응용돼 나오면 해결할 수가 없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개념을 사용하고 무슨 공식을 대입할지 단서를 발견하는 일인데, 반복 풀이는 문제와 풀이과정을 그대로 암기하는 데만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내신은 물론 수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고, 실제로 학교 시험에서 수학 성적이 떨어졌다.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1등급이었던 점수는 기말고사 때 3등급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공부법을 바꿨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풀이 과정과 문제 해결의 실마리, 필요한 공식 등을 면밀히 따졌고, 오답노트와 함께 ‘주의노트’도 철저히 썼다. 주의노트에는 문제를 풀 때 단서가 될 수 있는 개념이나 공식,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적었다. ‘수열의 합을 계산할 때 N의 조건을 반드시 확인하자’ ‘등차수열의 합 공식에서 (n-1)을 (n+1)로 쓰지 말자’와 같은 내용이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실수를 줄이려 노력했어요. 덕분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죠.”

다른 과목은 특별한 공부법은 없다고 이군은 말했다. 수능은 모의고사 문제풀이, 내신은 교과서를 반복해 읽는 게 전부다. 중학교 때는 내신시험 준비하면서 교과서·문제집·노트필기 등을 한권에 정리하는 ‘단권화’에 도전했지만 금방 접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교과서 한 번 더 읽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보통 내신시험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는데, 교과서를 적어도 5~6번 읽는다. 시험문제를 보면 ‘143페이지 사진 옆에 있는 내용’하고 떠오를 정도다. 처음에는 암기하면서 꼼꼼히 읽어 한 과목 공부하는데 8시간 넘게 걸리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시간도 줄어든다. 시험 전날에는 핵심 내용만 다시 복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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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집중력이 좋지만, 노력도 많이 한다. 고1 때부터는 스톱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모의고사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풀 때는 물론, 공부에 집중한 시간을 잴 때도 쓴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다가 밥을 먹거나 친구들과 잠깐 산책을 할 때는 스톱워치를 멈춰놓는 식으로 매일 공부한 양을 계산한다.

플래너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한 후 학습내용을 점검할 때도 스톱워치로 잰 시간을 적는다. 예컨대 오후 9시부터 11시30분까지 수학 ‘기하와 벡터’ 교재 중 ‘벡터의 성분과 내적 단원’을 풀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예상시간을 2시간으로 정했으면 스톱워치를 이용해 실제 문제 푸는데 소요된 시간을 적는다. 목표한 시간 안에 분량을 끝내겠다는 생각에 집중력도 올라가고, 나중에 계획을 세울 때도 도움이 된다.

스톱워치를 활용한 뒤 자신의 학습 패턴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시간이 4시간이 한계라는 거다. 공부한 시간만을 측정해 3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술술 풀리던 수학문제도 4시간이 지나면 막히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장소를 변경하거나 자세를 바꾸는 식으로 학습 환경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주말에는 아예 오전 동안에는 송파도서관에서 공부한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자랐지만 어렸을 때 특별한 사교육을 받은 기억도 없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국어·영어·수학학원을 순례하는 일은 그에게는 딴 세상 얘기였다. ‘초등학생 때는 놀아야 한다’는 부모의 철학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수학학원에 다녔지만, 오후 10시에 귀가하는 그를 보고 아빠 이순재(47·건축구조기술사)씨가 그만두게 했다. “그때부터 중2때까지는 학원에 안 다니고 놀았어요. 덕분에 학교에서 수업 듣고 공부하는 게 더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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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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