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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향수를 만났을 때

중앙일보 2016.09.07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소주를 만드는 회사와 향수를 만드는 회사가 만나면 어떤 제품이 나올까. 조만간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잎새주’로 유명한 보해양조가 프랑스 조향회사인 IFF(Interna tional Flavors & Fragran ces)와 손을 잡고 8일부터 꽃향기가 나는 소주 생산에 들어간다. IFF는 불가리·캘빈클라인 등에 향수 원액을 공급하는 세계 3대 조향회사다. 제품 명은 몇개의 후보군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 중이다. 출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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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가 출시할 예정인 ‘꽃소주(가칭)’ 소주병에 들어갈 이미지 컷 . [사진 보해양조]

보해가 새로운 소주 개발에 착수한 것은 1년 전. 연구원들은 해외 주류 시장 동향 파악을 위해 스페인과 일본 등지 출장에서 다양한 위스키를 접했고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위스키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아도 향이 좋으면 역취가 없고,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점에서 착안해 소주에 향기를 입히기로 한 것이다. R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시작된 플레이버 소주 개발은 사내에서조차 관계자 5명만 알 정도로 극비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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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저도주 경쟁 나서던 업계
이번엔 보해서 장미향 제품 개발
탄산·과일소주 이어 새시장 개척

프로젝트 이름(R)은 장미(Rose)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장미 추출액을 넣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추출액은 장미꽃 3500㎏을 수확해서 압축하면 고작 1㎏정도만 얻을 수 있는데다 전량 프랑스에서 수입해야 했다. 원가 상승 요인인 셈이다. 추출액 함량에 따라 향의 강도 뿐 아니라 느낌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은 후에 최적의 함량을 찾아냈다. 보해 관계자는 “원가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처음 시장에 소개하는 만큼 출고가는 일반 소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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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소주 알코올 도수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7도’는 2006년 무학 ‘좋은데이’가 처음으로 16.9도로 출시하면서 깨진지 오래다.

최근엔 탄산주와 과일소주가 트렌드를 이끌었다. 보해가 이번에 출시하는 꽃향기 소주까지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소주의 변신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보해 관계자는 “꽃향기 소주는 소주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칼로리는 일반 소주보다도 낮도록 만들었다”면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새로운 제품군이 계속해서 소주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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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시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순하리’로 과일소주(과일 리큐르)의 전성시대를 열면서다. 당시만 해도 과일소주는 주점에서 일반 소주와 과실액을 섞어서 만드는 개인 제조 형태의 술을 일컬었다. 하지만 순하리 출시로 과일소주는 주류 회사의 영역으로 뒤바뀌었다. 순하리는 출시 100일 만에 4000만 병을 판매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순하리의 성공에 우후죽순 알코올 도수 13~16도의 과일소주가 나왔다. 무학은 ‘좋은데이’ 유자·석류·블루베리(5월 출시)에 이어 최근 자몽맛(6월 출시)까지 출시했다. 금복주도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5월)와 자몽(6월) 제품을 내놓았다. 대선은 ‘C1 블루 자몽’을 6월 출시했다. 소주 1위 하이트진로도 6월 ‘자몽에이슬’을 내며 과일소주 시장에 뛰어 들었다. 현재 20여 종의 과일 소주가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탄산 소주도 여성들과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보해의 ‘부라더#소다’를 시작으로 올해 초 하이트진로 ‘이슬톡톡’, 롯데주류 ‘순하리 소다톡’, 무학 ‘트로피칼 톡소다’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특히 이슬톡톡은 지난 3월 출시 후 4개월 만에 2000만병 판매를 돌파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젊은 층과 여성은 소주 특유의 향과 맛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낮다”면서 “향과 맛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싼 소주가 속속 나오며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5월 소주 생산량(과일소주 포함)은 전년동기 대비 0.4% 늘어난 58만1563?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난립하는 과일소주 브랜드 중 일부는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긴 하다”면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들이 건재하고, 다양한 소주 기반의 칵테일 제품들이 나오면서 소주 시장 전체가 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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