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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안들면 다른 차로, 사고 땐 새 차로…파격의 차 시장

중앙일보 2016.09.07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6월 개별소비세 인하혜택 종료 이후 판매 부진에 빠진 국내 자동차 업계가 ‘내수 절벽’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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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교환 프로그램에서부터 장기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업체들의 묘수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판매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8월 내수 판매량은 참담한 수준이다. 7월 판매량(9만9235대)이 전월 대비 24.7% 감소한 데 이어, 8월에도 9만1950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7000대 가까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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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아차에 두 달 연속 내수시장 1위 자리를 내준 현대차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선보였다. 차종 교환·신차 교환·안심 할부 등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신차 구매 후 불만이 생기면 새 차로 바꿔준다. 르노삼성차가 SM6를 출시하면서 신차 교환 프로그램을 선보이긴 했지만 차종에 상관없이 바꿔주는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재구매 땐 할부이자 전액 보상
경쟁차보다 190만원 낮게 책정
취득세, 1년치 자동차세 지원도


차종 교환은 ▶출고 후 한 달 이내 ▶주행거리 2000㎞ 미만 ▶수리비 30만원 미만 사용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구매한 차량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이 다른 차종의 새 차로 교환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차 교환은 출고 후 1년 이내 차량 사고가 발생했을 때 ▶차(車)대차 자기과실 50% 미만 ▶수리비가 차 가격 30% 이상 등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같은 차종의 새 차로 바꿔준다.

안심할부는 36개월 이내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고객이 ▶연 2만㎞ 이내 주행 ▶차량 원상회복 등 조건을 충족하면 할부 개시 1개월 이후부터 구입 차량을 반납했을 때 할부금을 대체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은 차량 구매시 차종 결정의 고민이나 구매 이후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대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를 할부로 구매한 고객이 재구매하면 이전에 냈던 할부이자 전액을 새차 값에서 깎아준다. 할부가 종료된 뒤 1년 내에 할부 프로그램을 다시 사용하는 조건이다. 상품성도 강화했다. ▶충돌이 예상될 때 자동으로 제동시키는 긴급 제동보조 시스템 ▶속도제한구역에서 자동 감속시키는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후측방 경보시스템 등 안전사양을 추가했다.

최근 중형 SUV QM6를 출시한 르노삼성차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판매 조건을 내걸었다. 우선 가격 정책부터 경쟁차인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를 직접 겨냥했다. 차급 별로 60만~190만원까지 싸게 책정해 경쟁력을 높였다.

반(半) 온라인 판매 시스템인 e-커머스도 도입했다. QM6 마이크로 사이트(https://event.renaultsamsungm.com/qm6)에서 신차 견적에서 계약금 결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열세인 전시장과 영업인력 수를 온라인으로 만회하겠단 계산이다. SM6 출시 때 선보였던 ‘신차 교환 프로그램’도 이어간다. 구매 1년 내에 차대차 사고, 자기과실 50% 이하일 때 새 차로 교환해 준다.

내수절벽 극복을 위해 신차 교환은 트렌드가 됐다. 쌍용차도 9월부터 ‘어메이징 케어 프로그램’이란 이름의 신차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렉스턴W·코란도C 차종 출고 후 30일 이내에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같은 차종의 신차로 바꿔준다. 구입 1년 이내에 ▶차대차 사고로 차 가격 30% 이상 손해 발생 ▶50% 이상 타인 과실 등 조건을 만족해도 새 차로 교환할 수 있다.

한국GM은 최근 판매가 줄어든 소형 SUV 트랙스 판매를 위해 9월 구매고객에게 취득세 7%와 1년치 자동차세를 지원하는 혜택을 준다. 최대 206만원의 할인에 해당한다는 게 한국GM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 현금할인과 장기 저리할부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쉐보레 콤보 할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내수절벽에 부딪힌 자동차 업계의 출혈 경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보단 이익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번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 같은 내수 절벽기엔 ‘치킨 게임’이 되더라도 자동차 업체들이 점유율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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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입장에선 업체간 마케팅 경쟁이 기회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이 교수는 “수년 전 수입차 업계의 ‘유예할부 프로그램’처럼 ‘카 푸어(Car Poor·과도한 자동차 구매비용 진출로 인한 빈곤)’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신차 교환이라고 해서 무조건 차량을 구매할 게 아니라 약관을 잘 읽어보고 필요에 따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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