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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부동산만 후끈

중앙일보 2016.09.07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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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 장위1’ 견본주택에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사진 삼성물산]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구역에 들어서는 래미안 장위1 아파트. 지난달 31일 403가구 일반분양 청약 1순위 접수에 8510명이 몰렸다. 평균 21.1대 1로 올해 서울 강북권 최고 경쟁률이다. 앞서 1순위 청약 접수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아너힐즈(옛 개포주공3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100대 1이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 여건이 나빠질 수 있어 분양 경기가 좋을 때 건설업체들이 물량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인포가 집계한 10대 건설사의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2만3706가구다. 지난해 같은 달(1만2033가구)의 두 배 수준이다.

나머지 경기 지표는 일제히 ‘빨간불’
추석 앞두고도 지갑 얇아 소비 위축

부동산·건설 경기가 나 홀로 뜨겁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KDI 경제동향’에서 “건설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경기 전반의 개선 추세는 미약하다”고 밝혔다. KDI와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국내 건설 공사 실적(기성)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3.3% 늘었다. 이 기간 토목공사 실적과 건설 수주도 각각 17.5%, 44.4% 증가했다. 대출 규제가 풀리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 분양과 건설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머지 경기 지표는 부진하다. 통계청이 내는 소매판매지수 상승률은 6월 9.0%(전년 동월 대비)에서 7월 4.3%로 꺾였다. 7월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3%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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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가 줄고 저축이 늘어나는 가운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소비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인데도 추석 선물 시장엔 벌써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영광굴비정보화마을과 유성배연합작목회에 따르면 명절 단골 선물인 굴비와 배의 최근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20% 넘게 줄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소비절벽’에 부닥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6월 말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데다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수출 포함)은 23만2656대로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전망도 불확실하다”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은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내외 환경을 볼 때 부동산 경기만 좋은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 재정을 활용해 경기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이동현·황의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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