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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키아누 리브스를 만났다, 인생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2016.09.07 00:01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 할리우드 스타를 사로잡은 ‘글램글로우’ 창립자 델라모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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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인 글랜과 섀넌 델라모어 부부가 비벌리힐즈에 있는 글램글로우의 본사 ‘글램랜드’에서 포즈를 취했다. 폐가로 버려져있던 저택을 사들인 후 부부가 청소하고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까지 직접 했다. 이렇게 공간을 꾸민 다음 ‘글램글로우의 공간’ ‘글래머러스 한 공간’이란 뜻으로 글램랜드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한국 시장에 지난 몇 년 동안 신규 브랜드를 내놓지 않았던 글로벌 화장품 그룹들이 최근 잇따라 새 브랜드를 런칭했다. 로레알 그룹은 지난해 LA를 기반으로 한 메이크업 브랜드 ‘어반 디케이’를, 올 4월엔 에스티 로더 그룹이 역시 LA에서 태어난 ‘글램글로우’를 시장에 내놓았다. 미국의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던 뉴욕 뷰티 브랜드가 아니라 왜 갑자기 LA뷰티 브랜드를 쏟아내는 걸까. 때마침 이달초 방한한 글램글로우의 글랜 델라모어와 섀넌 델라모어 창립자 부부를 만나 궁금증을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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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글랜(왼쪽)과 섀넌 델라모어 부부. 완벽한 메이크업으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 인터뷰 다음날 사진을 따로 찍었다.


인터뷰 장소인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 미팅룸에 하얀 재킷을 입은 흑인 남성과 긴 금발을 늘어뜨린 백인 여성이 들어왔다. 분명 전날 “인터뷰 당일 헤어·메이크업을 하지 못하니 사진은 다음날 촬영하자”고 요청했었는데, 내 눈엔 마치 레드 카펫에 선 할리우드 스타처럼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게 사진용으로 미흡한 것이라니. 이들에게 과연 완벽한 메이크업이란 무엇인지 미처 궁금해하기도 전에 글랜과 섀넌이 번갈아가며 인터뷰하는 기자의 양볼에 입을 맞추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번이 첫번째 한국 방문인가.

“아니다. 론칭 준비를 위해 두 번 왔었고 이번에 세 번째다. 전엔 에스티 로더 코리아 직원만 살짝 만나고 돌아갔다면 이번엔 할리우드 뷰티 브랜드가 뭔지 고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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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 글로우의 첫 제품인 '유스머드'

-한국 화장품 시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미국 내에서도 K-뷰티가 점점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뷰티에 매우 민감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뷰티 시장의 관문이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한국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느낀다면 아시아에 퍼져 나갈 게 분명하지 않나. 그래서 아시아 첫 진출국으로 한국을 골랐다.”

-대표 상품이 마스크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마스크 경쟁이 치열한데.

“할리우드 뷰티는 K-뷰티와 매우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할리우드 셀러브리티(유명인)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 소비자도 우리 제품을 쓰지만 1차적으로는 영화 촬영 현장이나 패션쇼 백 스테이지에서 짧은 시간에 셀럽들의 피부를 메이크업이 잘 받게 만들어주는 게 목표다. 단 한번 바르자마자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 정도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에 다른 마스크 제품이 많지만 이제 한국 소비자들 역시 그런 화장품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꾸 할리우드 뷰티라고 말하는데, 한국에선 글램글로우를 LA 뷰티라고 부른다. 할리우드 뷰티와 LA 뷰티가 다른 건가.

“같으면서도 다른 말이다. 캘리포니아는 해변이 있고 늘 날씨가 좋다보니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여유롭다. 생각이 자유롭고 혁신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화장품이 LA뷰티다. 우리는 특히 할리우드 셀럽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뷰티라고 부르는 거다. 지금은 할리우드에서도 ‘내추럴’을 추구한다. 셀럽이라도 평소 해변 등에 갈 때는 화장 안한 민얼굴일 때가 많다. 그러니 피부 상태가 전보다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해변에 민얼굴로 나가도 좋아보이는 피부로 가꾸려면 화장품을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그런 브랜드라고 자부한다. 우리 브랜드를 네 단어로 표현하면 인스턴트(즉각적인), 섹시(관능미있는), 글로우(광택), 그리고 할리우드다.”

-사실 미국에서 화장품 시장을 선도했던 건 뉴욕 브랜드가 아닌가.

“맞다. 우리가 아는 미국의 뷰티 브랜드 대부분이 뉴욕에서 만들어졌다.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에는 이름난 화장품 브랜드가 아예 없었다. 하지만 한 10여 년 전부터 LA에도 작은 규모의 개성있는 신생 화장품 브랜드가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대초부터 미국 전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세계 29개국에 진출해있는 대형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에서도 점점 더 인기다. 그렇다 보니 업계에선 이제 종전 미국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뉴욕 뷰티 대신 이제 LA뷰티가 뜬다고들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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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날 무렵 글랜이 건넨 그림. 첫 제품인 ‘유스머드’와 태극기를 함께 그린 것으로, 인터뷰 도중 스마트폰으로 태극기 이미지를 찾아내 그린 후 섀넌의 싸인을 넣어 완성했다.


- 글램글로우는 2010년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인데도 미국의 패션 전문지 WWD에서 2015년 톱 25 뷰티 이노베이터에 선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할리우드에 살다보니 의외로 셀럽과 섞여 파티를 할 기회가 적지 않다. 우리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나(글랜)는 할리우드 한 스파의 컨설턴트였고, 섀넌은 법률사무소 직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2009년 할리우드의 파티에서 키아누 리브스 등 셀럽들이 모여 카메라 앞에 서기 직전 피부가 고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바른 즉시 화장이 잘 받을 수 있게 피부 상태를 만들어 주는 화장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셀럽들은 딱 10분만 들여도 잔주름이나 다크 스폿 등 피부 결점을 해결해 메이크업이 잘 받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을 원하고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가 그렇게 많은데 설마 없을까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여러 업체를 찾아봐도 10분만에 그런 효과를 주는 제품은 없었다. 그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볼까, 하고 시작한 게 첫 출발이다. 먼저 성분 조사부터 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성분을 조사해보니 머드와 녹차잎이 가장 적당했다. 그렇게 성분을 정한 후 할리우드의 한 화장품 제조업자에게 의뢰해 5리터 정도 양동이 하나 분량의 포뮬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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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입소문이 났나.

“우선 하얀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키에누 리브스에게 건넸다. 그땐 그게 다였다. 팔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정말 그냥 한 번 만들어보자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키아누 리브스가 다른 배우들에게 입소문을 내면서 다른 셀럽들이 끊임없이 요청해왔다. 그 때마다 작은 용기에 담아 보내줬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청이 이어졌다. 20세기 폭스사 부사장은 직접 전화해 배우들에게 사용하게 하고 싶다고 했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는 제니퍼 애니스톤과 덴젤 워싱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보내 달라고 했다. 나탈리 포트만은 직접 호텔에서 만나 제품을 전달했다.”

-그럼 제대로 된 브랜드는 언제 만들어진건가.

“화장품을 처음 만든 지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계속 이런 주문이 이어졌다. 그때까지 이름은커녕 용기나 가격도 없었다. 그때 할리우드의 니만 마커스 백화점에서 입점 제안이 왔다. 1층의 유명 화장품 매장 사이에 한 코너를 줄테니 브랜드 이름을 지으라고 했다. 그걸 계기로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용기도 만들었다. 2011년 니만 마커스에 입점하자마자 런던 해러즈 백화점에도 들어갔다. 해러즈는 신생 브랜드에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먼저 요청이 왔다.”

※글램글로우는 2012년 세포라에 입점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입점 6개월만에 세포라 북미지역의 마스크 부분 판매 1위를 차지했고 그 순위는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2014년 패션지 ‘엘르’ 미국판이 선정한 베스트 마스크로도 선정됐다. 이런 성장세에 주목한 에스티 로더 그룹은 2015년 글램글로우를 인수했다. 이후 한국을 포함해 총 86개국에 진출했다.

-이름은 누가 지었나.

“우리가 직접 지었다. 이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의 느낌을 담은 단어를 종이에 적고 몇 가지를 조합해보다가 우리와 가장 어울리는 ‘글래머러스’와 피부 광채를 뜻하는 ‘글로우(glow)’를 붙여 글램글로우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용기 디자인 역시 글래머러스한 이미지를 내는 반짝이는 실버 등을 써서 우리가 직접 했다.”

※모든 걸 직접 했다는 걸 인터뷰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자기 글랜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호텔 메모지에 쓱쓱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태극기를 그리기 위해서였다. 글랜은 글램글로우 패키지와 태극기를 함께 그린 그림에 자신과 섀넌의 싸인을 해 기념이라며 기자에게 건넸다.

-스타트업이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글램글로우처럼 작게 시작하는 뷰티 스타트업이 많다고 들었다. 경쟁이 치열할텐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작게 시작했고, 그게 성공 요인이다. 처음 80달러로 시작했다. 포뮬러 한 통 만드는 데 들어간 돈이다. 한 동안 투자나 대출 없이 온전히 우리 자산만으로 사업을 키웠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린 화장품 전문가가 아니었지만 평소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였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가 원하는 화장품을 만들었다. 지금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뷰티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꿈이 현실이 됐다. 스타트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이야기가 영감을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2~3년 사이 거대 글로벌 화장품 그룹들이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진 화장품 브랜드를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에스티 로더 그룹은 글램글로우, 그리고 사진 스튜디오로 시작한 스매쉬 벅스를 인수했다. 로레알 그룹은 메이크업 브랜드 어반디케이와 한국계 미국인 토니 코가 만든 닉스 코스메틱을 샀다. 80달러로 시작한 글램글로우는 창업 4년만에 2억 달러(약 2234억원·월가 추정치)로 인수됐다.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게 힘들진 않나.

“전혀.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대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상대방이 반대하면 왜 그런지 한참 대화해서 해결점을 찾아낸다. 그런데 사실 취향이 원래 비슷하다. 이런 적도 있다. 화장품에 쓸 식물성 에센셜 오일을 고르기 위해 연구소에서 20여 가지의 향을 가져왔다. 내가(글랜) 먼저 하나를 고르고 다시 그 안에 넣어뒀는데 섀넌도 똑같은 향을 고르더라.”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글램글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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