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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로켓 폭발…8700억 날린 ‘아이언맨’

중앙일보 2016.09.03 01:38 종합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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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괴짜 경영자 일론 머스크(45) 테슬라모터스 최고경영자(CEO)가 최악의 하루를 맞이했다. 하룻밤 사이 7억7900만 달러(약 8700억원)가 증발했기 때문이다. 불운은 그가 우주여행을 위해 세운 우주선 개발사 스페이스X에서 시작됐다.

발사 이틀 앞두고 산소탱크 화염
탑재한 페북의 인공위성도 소실
저커버그 ‘아프리카 와이파이’ 차질

1일(현지시간) 오전 9시7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 있는 발사대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발사를 이틀 앞두고 시험 중이던 ‘팰컨9’ 로켓이 화염에 휩싸였다. 로켓에 탑재돼 있던 2억 달러짜리 인공위성(AMOS-6)도 먼지가 됐다.

폭발 소식이 전해지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32)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위성을 쏘아 올려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나라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임무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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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언맨’ 모델인 일론 머스크의 우주선 회사 스페이스X의 로켓이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발사대에서 시험 가동 중 폭발했다. [로이터=뉴스1]

머스크는 사고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산소탱크 윗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은 흔들렸다. 내년 1월까지 6번의 로켓 발사를 더 할 예정이었던 스페이스X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전기차회사인 테슬라모터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5.3% 빠졌다.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태양광회사 솔라시티 주가도 9%나 고꾸라졌다. 장부상 숫자에 불과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이날 자신의 전 재산인 83억 달러(약 9조2700억원)의 8.6%에 달하는 돈을 공중에 날린 셈이 됐다.

스페이스X 문제 외에도 그의 두통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빚더미에 올라 있는 솔라시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초 전기차회사인 테슬라와 솔라시티의 합병안을 내놨는데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33억5000만 달러(약 3조7400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는 솔라시티를 살리기 위해 테슬라와 합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 때문이다. 이번 폭발로 인해 솔라시티의 주가가 테슬라보다 더 많이 빠진 것도 이 같은 시장 심리가 반영됐다. 머스크의 ‘팬’을 자처하던 자산운용사 거버가와사키의 로스 거버 CEO조차도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머스크가 꿈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도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인색하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마이클 램지 애널리스트는 “머스크에겐 고위험이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처럼 한때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테슬라 경영 초기엔 도산 위기마저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예까지 끌고 온 머스크의 이력서에 신뢰를 표시한 것이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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