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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여당 보이콧·농성, 야당 단독처리…서로 못된 것만 배웠다

중앙일보 2016.09.03 01:36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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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이 2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밤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사진 오종택 기자]

#1.“평시 체제가 아니라 싸움 체제로 가야 합니다. 왜 농성자들이 대사관 정문에 텐트 치고 전광판에 올라가겠습니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니까. 언론에서 계속 다루게 되는 겁니다.”

새누리 의총 열면 강경론만 득세
염동열 “정세균 테러균” 수위 넘어
“박관용 한나라 국회의장이냐”
정 의장 8년 전 발언 부메랑으로
박지원 “우리가 그짓하다 야당됐다”
야당 ‘조윤선 적격→부적격’ 뒤집기도

“스마트폰 보면 제일 첫 줄에 새누리당 기사가 나옵니다. 정치국면을 우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각오를 합시다. 시작한 이상 끝장을 보자는!”

2일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3층 예결위 회의장에서 터져나온 발언들이다.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을 비판하자 새누리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하루 뒤 열린 여당 의총에선 강성 발언들이 쏟아졌다.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공격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게 이렇게 국회가 마비될 일인지 보기에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게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할 소리냐, 감히. 제명 조치를 포함해서 엄중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동열 의원은 정세균 의장의 이름을 빗대 “정세균은 몸에 좋은 발효균인 줄 알았는데, 악성균이고 테러균이었다 ” 라고 비꼬았다.

이날 새누리당은 ‘의총만 열면 토론은 사라지고 강경파가 득세한다’는 얘기가 나왔던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빼닮은 모습이었다. 과거 야당 의원총회는 타협 없는 강경론이 들끓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특별법 논란 때는 여야 합의가 계속 의원총회에서 뒤집어지면서 결국 당시 박영선 원내대표가 물러났다. 새누리당의 야당 따라 하기는 이뿐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두 시간 이상 국회의장 집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10시가 넘어선 시간에 60여 명의 의원들이 몰려가 “의장님 사퇴하세요!”라고 고함을 지르고 국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2.“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국회법에 따라 중립적 위치에서 국회를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 국회의장이 하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새누리 전신) 국회의장처럼 처신한다. 제발 체통을 지켜 달라.”

8년 전 민주당(더민주 전신) 대표였던 정세균 의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서 새누리당 입장을 옹호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런 정 의장이 8년 뒤 새누리당에 자신이 했던 말을 듣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과거 여당의 행동을 복사한 듯 따라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적격’이었던 보고서를 여야 대립 속에 ‘부적격’으로 바꿔 버렸다. 교문위는 지난달 29일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으로 표결처리했다.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31일 조윤선 후보자 청문회를 보이콧하자 야당 의원들끼리만 청문회를 진행했다.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16년 만에 처음인 야당만의 청문회였다. 법안이나 예산안 단독 처리나 상임위 단독 개최는 과거 여당의 구태였다.

야당의 리더들은 이틀째 새누리당을 자극하는 말만 쏟아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리가 강성 야당일 때도 (저렇게는)안 했다”고 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SNS에 “새누리당 의원들 의장실 난동. 야당 되는 연습 잘 하네요. 우리가 그짓 하다 야당 되었답니다”라고 적었다.

정기국회 이틀째인 2일. 20대 국회는 온갖 부정적 유산을 이틀간 한꺼번에 되살려 냈다. 야당의 전매특허이던 국회 일정 보이콧, 점거농성, 강경론을 이번엔 새누리당에서 볼 수 있었다. 여당이 즐겨 하던 단독처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몫이었다. 하필이면 서로 본받지 말아야 할 악습만 골라서 배운 것 같다.

글=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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