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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셋째 아이 병역 면제, 주택 무상제공…획기적 정책 내놔야”

중앙일보 2016.09.03 00:54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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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수 의원 가족이 경남 밀양의 한 분식집에 모였다. 왼쪽부터 큰딸 장희양, 엄 의원, 동희양, 정현군, 부인 오춘경씨, 수현양. 엄 의원은 “가족이 많으면 웃을 일도 많고 돈이나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사진 엄용수 의원실]

가지 많은 나무에는 정말 바람 잘 날 없을까?

다자녀 국회의원들이 말하는 저출산 대책

새누리당 엄용수(51·초선·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중 자녀가 가장 많다. 슬하에 장희(26)·동희(22)·수현(19)양과 정현(14)군을 둔 딸-딸-딸-아들(3녀1남) 아빠다.

엄 의원은 말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그 바람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데요.”

회계사로 일하던 엄 의원은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하던 아내와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때 결혼했다.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허니문 베이비로 큰딸을 낳았다. 그는 “집사람이 아이를 억수로 좋아하고 나도 너무 예뻐 어쩔 줄 모르겠더라”며 “둘째·셋째까지 낳고는 ‘밥은 5인분 하나 6인분 하나 마찬가진데 이번엔 아들 하나 낳아보자’고 아내와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몇 년간 노력한 끝에 낳은 막내아들은 집안의 복덩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엄 의원은 “막내를 낳은 해에 식도암으로 고생하던 부친이 수술받고 완쾌됐고, 그 이후로 14년을 더 사셨다”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 벌이가 안정적이던 회계사 사무소를 접고 지역을 위해 일해보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넷째 출산 후 밀양시장에 출마해 두 차례 당선됐고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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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1녀를 둔 신창현 더민주 의원 가족.

더불어민주당 신창현(63·초선·의왕-과천) 의원도 3남1녀를 둔 아버지다. 신 의원 부부는 아들 하늬(35)·채호(23)·동엽(19)씨와 딸 채영(20)씨를 키웠다. 맞벌이 부부였던 신창현 의원은 입주 도우미의 손을 빌렸다고 했다. 신 의원의 부인 조성은씨는 고학력 여성 사이의 저출산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조씨는 “나는 막내를 출산한 지 2주 만에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일욕심이 많았고, 아이들의 운동회나 소풍도 함께하지 못했던 엄마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일에만 매달렸던 게 후회되더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일만큼 값지다는 것과 일하는 엄마도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저출산이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엄 의원은 “자녀를 완벽하게 키우려고 하면 출산이나 육아가 버거운 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자녀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이 다둥이를 키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남 밀양에서 네 아이를 모두 키웠는데, 옷은 물려 입고 학용품도 나눠 써 버릇을 해서 아이들이 지금까지도 옷이나 화장품, 사치품에 큰 욕심이 없다”며 “부족한 부분은 형제들이 함께 채워 나가도록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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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 때는 고생스럽지만 키우고 나면 든든하고 뿌듯한 자산이라는 것도 다둥이 부모들이 말하는 장점이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자녀는 믿고 함께할 수 있는 훌륭한 선거운동원이기도 하다. 엄용수 의원의 둘째 딸 동희양은 초선인 엄 의원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짓궂은 유권자들이 엄 의원의 흉을 보며 욕을 하는 곳에서도 동희양은 “제가 볼 때 아빠는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늘 진심을 다해 일하는 분이에요. 뽑아주시면 잘하도록 제가 돕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왔다고 한다. 엄 의원은 “자녀를 키울 때는 버거워도 다 키워놓고 나면 이만한 재산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참 고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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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출산율을 높이려면 세 자녀 가정 주택 무상제공 같은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저출산 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해 국회 내 저출산 전도사로 불리는 새누리당 김학용(55·3선·안성) 의원은 슬하에 장녀 은진(26)씨, 차녀 효연(23)씨, 아들 판기(14)군 3남매를 뒀다. 막내 아들은 부인과 김 의원이 3년간 노력해 마흔두 살에 낳은 늦둥이다.

김 의원은 “어릴 때부터 형제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며 “어려울 때 형제만큼 큰 힘이 되는 게 또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국회 저출산고령화 특위 산파인 김 의원은 “다른 것은 돈 주고 사거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가능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주요 과제로 삼았는데 아이를 낳는 것만큼 의미 있는 창조가 또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육아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지난 4·13 총선에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공약들을 내놨다. 24시간 아이돌봄케어센터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공공어린이집과 연계해 오전시간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저녁시간에는 60~70세 여성이 봐주는 식이다. 김 의원은 “맞벌이 부부가 4~5시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해서 곤란을 겪는다”며 “60~70세 여성들이 오후시간에 아이를 돌봐주면 엄마들도 좋고 노인일자리도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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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1남2녀를 둔 이완영 가족.

새누리당 이완영(59·재선·고령-성주-칠곡) 의원도 세 아이를 둔 다둥이 아버지다. 아내가 워킹맘이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육아 과정에서 입주도우미의 손을 많이 빌렸다. 이 의원은 “아이들이 아플 때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가장 커지고 특히 여성들은 이때 ‘일을 그만둘까’ 생각하게 된다”며 “워킹맘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내놨다. 아이를 셋 낳으면 국가가 짓는 주택을 무상 제공한다거나, 셋째 아이는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이다. 이 의원은 “출산수당 100만원, 돌봄지원금 20만원 등은 막상 아이를 키워보면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아니다”며 “획기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파격적인 정책을 내놔야 저출산 기류를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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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자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과 함께 전남 순천만 갈대숲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늦둥이를 낳고 육아의 기쁨에 푹 빠진 의원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51·3선·성남수정)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대학생(21), 고등학생(18), 초등학생(11) 딸을 둔 ‘딸딸딸’ 아버지다. 딸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늦둥이인 막내 딸은 둘째와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난다. 김 의원이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17대 국회 시절 낳은 아이다.

김 의원은 “당시 저출산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여유가 있는 사회 지도층이 솔선해 아이를 더 낳자는 지침이 있었다”며 “국회의원이라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아이를 가졌고, 늦둥이 딸을 두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아이들 키우는 데 경제적 부담이 없는 집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육아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S BOX] 작년 출산율 1.24명, 20대 의원 평균 자녀 수는 1.89명

20대 국회의원 300명의 평균 자녀 수는 1.89명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출생 통계에서 드러난 출산율 1.24명보다 0.65명 많다.

국회 내 세 자녀 이상을 키우는 의원은 새누리당 이주영(5선·창원 마산합포), 김재경(4선·진주을), 유기준(4선·부산 서-동), 김상훈(재선·대구 서), 유의동(재선·평택을), 박인숙(재선·서울 송파갑), 하태경(재선·부산 해운대갑) 의원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4선·대구 수성갑), 우상호(3선·서울 서대문갑), 안규백(3선·서울 동대문갑), 정성호(3선·양주), 국민의당 박주선(4선·광주 동-남을) 의원도 세 자녀를 둔 다둥이 가정이다.

4선 출신의 김성곤(64) 전 더민주 의원도 3녀1남을 낳고 길렀다. 서른 아홉의 나이에 결혼한 김 전 의원은 영진·영주·영수 세 딸을 낳은 후 2006년 54세의 나이로 늦둥이 아들 사은(11)군을 얻었다.

앞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8400명으로 전년보다 3000명(0.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은 2001년 1.3명 아래로 떨어진 뒤 15년째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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