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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애들아, 놀자

중앙일보 2016.09.03 00:01 종합 2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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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산업부 기자

금요일 오후, 이번 주말엔 애들이랑 뭐할까. 별다른 계획 없이 토요일을 맞는 날엔 아침부터 실랑이할 게 뻔하다. “놀자”는 아이들과 “잠깐만 좀 쉬었다가 하자”는 부모의 줄다리기 후 결론은 “차라리 나가자.”

내 몸이 피곤하다고 집에 앉아 있자니 아이들은 너무 팔팔하다. 게다가 올해 같은 무더위엔 차라리 집 밖으로 나가는 게 낫기도 했다. 일단 스마트폰을 열어본다. 검색창에 ‘아이랑’까지만 입력해도 연관 검색어로 ‘아이랑 가볼 만한 곳’이 뜬다. 무수한 부모가 검색창에 주말을 기대고 있다. 영화관·미술관·놀이공원·복합쇼핑몰·키즈카페…. 리스트는 넘친다.

그렇게 나와 어딘가의 입장시간에 맞춰 들어가 시간을 때우고, 주말 장보기까지 끝내고 오면 오늘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뭔가 해줬다, 부모로서 할 일을 했다’는 그런 기분.

그러다 자의식이 발동한다. 혹시 평일에 일하듯 주말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뭔가 숙제하듯 빈칸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 아닐까. 아이는 정말 좋았을까. 평일 오후에 아이와 함께 보내지 못하는 엄마의 자격지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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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이들과 잘 놀기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주변 맞벌이 부부 중엔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주말을 쇼핑몰에서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벼락치기 하듯 빡빡하게 주말 체험학습 일정을 돌리기도 한다. 여전히 찜찜한 부모들을 위해 아이와 잘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육아지침서도 있다.

그런데 사실 언젠가부터 놀이는 더 이상 ‘그 놀이’가 아니다. 어린이집 순번 기다리다 지쳐 들어가는 ‘놀이’학교부터 창의성 개발에 좋다고 광고하는 ‘놀이로 배우는 ○○’류의 놀잇감(사실상 교구), 입장료에 초과시간당 요금을 딱딱 걷어가는 키즈카페까지. 놀이로 포장된 그 무엇이 너무 많다. 비용을 들인 만큼 ‘그래 너 얼마나 효과가 있나 보자’며 본전을 따지게 된다. 아이뿐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영화관·카페·쇼핑몰을 전전하며 ‘놀았다’고 착각하며 사는지 모른다.

워킹맘 선배들의 한마디. “그런 고민할 때가 좋을 때다. 학원 다니기 바쁘고 제 방 문 닫고 들어갈 날 얼마 안 남았어.”

아이들은 어떻게 놀고 싶을까. 의외의 답이 날아온다. “난 주말에 놀러다니는 것도 좋지만 평일에 엄마·아빠가 둘 다 일찍 오는 게 제일 좋아.” 속으로 ‘휴우… 그럴 날이 며칠이나 되겠니’ 싶어 속 시원한 대답을 못해주고 말았다.

다만 며칠 전 달콤한 케이크를 앞에 놓고 아이들과 스무고개 놀이를 하던 어느 저녁이 내게도 행복한 시간이긴 했다. 넋 놓고 놀고 나니 아이들보다 내 얼굴이 더 밝아졌다. 진짜 놀이의 시간, 아이 못지않게 워킹맘·워킹대디에게 더 필요한 것 같다.

박수련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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