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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조선일보 사이에 낀 새누리당...조선일보 관련 논평 '0'건

중앙일보 2016.09.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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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혼자만 마치 무슨 총대매고 하는 것처럼 되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냥 얘기하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에서 초호화 외유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에게 하소연을 늘어놨다. 그는 “현재까지 드러난 것만 가지고도 이것이 좀 언론이 지켜야 할 선을 넘은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좀 언론이 그 역할을 제대로 좀 해줬으면 좋겠다든지 이정도 논평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나아가서는 우리 원내지도부나 당 지도부에서도 이런 것은 점잖게 나서서 한마디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김 의원은 이어 “너무 그런 것이 없다보니 혼자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저도 총알 맞기가 쉬운 것”이라며 “이럴 때는 당에서도 목소리를 내주고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말씀을 올렸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의 하소연은 5분 이상 이어졌다. 그럼에도 1일 오후까지 새누리당 홈페이지에선 김 의원을 두둔하는 논평이나 성명을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유례 없는 싸움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혼자 떨어져 있으면 저도 총알 맞기가 쉬운 것”이란 김 의원의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이 정보 소스를 공유하지고 않아서라는 분석도 들린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자체가 명백한 부조리라고 하면 같이 어떻게 할 수 있는데 김진태 의원이 정보 소스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당내에서) 약간 소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도 새누리당의 침묵과도 맞물려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론과 사퇴불가론이 공존하고 있다. 지도부 두 톱 중 한 명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용퇴론을 주장했다. 그는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직 공직자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무겁고 공직자는 가볍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야당은 이를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과거의 수없이 많은 정권 아래 (청와대) 수석들이 있었지만 민정수석들 때문에 소속원 전체가 쩔쩔매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당대표도 한마디 못하고 구성원들이 일개 청와대 수석에 끌려다니면서 말 한마디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송 전 주필의 사직서를 수리한 것도 새누리당에겐 부담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송 전 주필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싸움에 끼어들어 득될 게 없다는 생존 심리도 작동한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보수 언론의 싸움에서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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