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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무죄' 유우성 다시 기소에 법원 "공소권 남용"

중앙일보 2016.09.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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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으로 몰렸다가 무죄판결을 받고 다시 기소됐던 유우성(36, 사진)씨의 일부 혐의에 대해 법원이 공소기각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였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는 1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공무집행방해혐의만을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법원이 "공소권 남용"이라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2013년 1월 국가보안법상 간첩혐의 등으로 공안당국에 체포됐던 유씨는 그해 8월 1심에 이어 이듬해 4월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빠가 간첩이라고 진술했던 동생이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에 의한 허위진술”임을 폭로한 데 이어, 국정원이 증거로 제출했던 ‘중국-북한 간 출입경 기록’등이 조작된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회신이 재판에 제출됐기 때문이다. 간첩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가 나자 며칠 뒤 검찰은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는 유씨가 자신의 예금계좌를 ‘연길삼촌’이라는 환치기 업자에게 빌려줬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유씨가 2010년에 같은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는 데 있었다. 법무부령인 검찰사건사무규칙(69조)은 이미 같은 내용에 대해 기소유예 등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경우엔 새로 범죄를 입증할만한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가 아니라면 각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사건의 전개과정을 되짚은 뒤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기소해야 할 만한 의미있는 사정변경이 없다”며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본 한 부장판사는 “일종의 보복성 기소라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재판부는 화교인 유씨가 스스로를 탈북자라고 소개한 이력서 등을 서울시에 제출한 것 등을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기소한 부분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판결 직후 유씨를 변호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재판부의 용기있고 명철한 판단을 환영한다”며 “검찰은 증거를 조작하고 보복기소를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 더 이상 권한 남용으로 인한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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