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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우병우 발언'에 새누리 "야당 대표냐" 집단 퇴장

중앙일보 2016.09.0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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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개회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 퇴장하는 등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정 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쓴소리 좀 하겠다. 저 개인의 목소리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시기 바란다”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대응에 작심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의장은 “최근 우 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은 실질적으로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인데, 그 당사자가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최근 우리 사회 권력자들의 특권과 공직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부정·부패를 보면서 이제 더 이상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신설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기관 설치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그로 인한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그런 과정이 생략되면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응분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제재는 수단이며 때론 유용하지만 때론 위험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수단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정 의장은 “지금 남북의 현실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위태롭다. 우리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치킨게임의 관망자로 남아 있어야 하느냐”며 “작은 것이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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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금 뭐하는 거냐” “국회의장이 야당 대표냐”는 고함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도 “양당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국회의장이 개인 의견을 야당 원내대표 연설하듯 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단상으로 올라가 항의했지만 정 의장은 “연설문을 잘 읽어보시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한 뒤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을 강력히 성토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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