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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약탈 문화재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후손들

중앙일보 2016.09.01 00:48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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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얼마 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영국 어떤 박물관에서 구입한 이집트 관련 기념품이라 했는데 받고 보니 로제타석 모양의 열쇠고리였다. 로제타석은 기원전 196년에 제작된 돌비석인데 위쪽에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중간에는 고대 이집트 민중문자 그리고 아래쪽에는 고대 그리스어로 같은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이집트 침공 당시인 1799년 발견됐다. 이집트에서 프랑스가 영국에 패배하면서 로제타석은 1801년께 영국으로 옮겨졌다. 2000년 동안 서 있던 고국에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집트 사람들은 사진이나 모형으로만 로제타석을 볼 수밖에 없다. 슬픈 일이다.

지난해 한국의 인문이나 역사를 탐구해 연극식으로 발표하는 대회에 나가 상을 탄 적이 있다. 한국 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뤄진 우리 팀은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를 다뤘다. 이집트는 유럽에, 한국은 일본에 문화재를 각각 약탈당했으니 이 주제는 두 나라의 공통적인 아픔이다. 주요 문화재 중에서 한국은 고려청자와 불화 등이, 이집트는 네프리티티 두상 등이 약탈당했다. 모두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문화재 약탈은 그 나라 국민의 정신을 훔쳐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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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달 넘게 이 문제를 연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문화재의 주인이 자신들이고 유럽 사람들이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이집트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세뇌를 당해 그런지 영국이나 독일에 가서 약탈당한 이집트 문화재 옆에서 사진을 찍어 이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정도니 말이다. 반대로 한국 사람들은 약탈 문화재에 관심이 많다. 문화재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라서 국민이 문화재 약탈의 의미와 반환의 필요성을 제대로 모르면 설사 반납된다 해도 의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사실 이집트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 못지않게 반환 요구를 계속해 온 것은 물론 유엔에도 호소해 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힘들다. 국민이 적극적으로 정부의 노력을 밀어주지 않으면 힘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국 국민이 무관심하면 약탈 국가도 소극적으로 나와 반납 과정이 중단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국민도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미국·일본 정부와 국민도 약탈 문화재 원상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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