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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선전공항 면세점서 본 중국 IT ‘폭풍 성장’

중앙일보 2016.09.01 00:12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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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진
경제부 기자

지난주 중국의 신흥 산업도시 선전을 다녀왔다. 한 정보기술(IT) 기업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선전 공항 면세점을 둘러봤다. 엄마를 기다린 아기에게 기념품을 사주고 싶었다.

면세점의 한 잡화점에 장난감 코너가 있었다. 그런데 장난감들이 심상치 않았다.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드론(무인비행기)과 자동차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종하는 앵무새 인형 같은 첨단 놀이감들이 선반에 가득했다. 앵무새 인형을 가리켜 어떻게 움직이는지 물었다. 직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앵무새에 입력된 노래와 대사, 다양한 동작이 그림으로 표시돼 있다. 그림을 선택해 앵무새 쪽으로 슥 미는 시늉을 하자 앵무새가 그 노래를 따라했다.

앵무새 인형을 사기로 하고 어떻게 앱을 다운받을 수 있을지 물었다. 이제껏 손짓발짓으로 장난감을 시연해 준 직원이 내 입에 불쑥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폰에 대고 영어로 얘기하라는 것이었다. 내 음성을 읽은 번역기가 중국어로 내 질문을 직원에게 전달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위챗 메신저를 켰다. 설명서의 QR코드를 스캔하니 장난감 회사의 계정이 떴다. 계정에 들어가 클릭 한번에 앱 다운이 끝났다.

선전을 찾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홍콩에 사는 한 금융인은 “실리콘밸리보다 더 뜨는 창업 도시”라고 귀띔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BYD, 인터넷 공룡 텐센트, 특허 굴기 화웨이 등 굴지의 중국 기업이 몰려있는 도시란 것도 기대를 부추겼다.

직접 둘러본 선전 시내는 기대 이상이었다. 마천루의 화려함도 그렇지만, 시내 노천 술집에 앉은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에게서 활력이 느껴졌다. 더 인상 깊었던 건 IT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젊은이들이었다. 우리를 안내한 한 중국인 직원은 위챗의 홍빠오(紅包·붉은 주머니) 서비스를 소개했다. 명절에 붉은 봉투에 현금을 담아 건네던 관습을 온라인으로 옮긴 개인 송금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지난 춘절에만 80억 건이 오갔다. 한국의 핀테크 이용 실태는 이에 훨씬 뒤처진다. 카카오톡도 비슷한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2014년 선보였지만 저조한 이용 실적에 서비스를 접기로 최근 결정했다.

IT 산업을 취재하는 기자로서 늘 “중국 기업의 추격이 우려된다”고 기사에 썼다. 선전을 다녀온 뒤 진짜 우려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한국보다 더 IT 기술 활용에 능숙한 중국의 젊은층, 기업에 점점 더 강도 높은 혁신을 요구할 이들의 눈높이다.

임미진 경제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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