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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오해 부르는 ‘사내유보금’ 명칭 바꿔야

중앙일보 2016.09.01 00:11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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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1~2년 전부터 사내유보금이란 용어가 신문·방송에 오르내리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내유보금을 기업의 금고에 쌓아 둔 현금으로 잘못 이해하여, 사내유보금이 많은 기업을 필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잘못된 숫자를 보면서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사내유보금을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은 매우 다른 개념이다. 자본잉여금은 주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이고, 이익잉여금은 영업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을 묶으면 의미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자본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이 현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먼저 주주는 항상 현금으로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주가 주식을 매입할 때, 다른 회사의 주식 또는 건물 같은 현물로 대납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본잉여금이 항상 현금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익 또는 이익잉여금 또한 항상 현금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원가 1000원의 상품을 1200원에 팔아 200원의 이익이 생기는 경우, 외상으로 팔아 아직 현금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회계에서는 이익으로 계상한다.

또한 모든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진다 해도, 자본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이 있다는 것이 기업이 그만큼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최적의 투자처에 끊임없이 재투자한다. 예를 들어 공장의 증설이나 종업원의 교육 등에 재투자한다. 이를 통하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 따라서 많은 자본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이 있더라도 이미 재투자되어 이들로부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매우 적을 수 있다.

아마도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하여 사내유보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두 용어가 ‘잉여’라는 단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니 이 둘을 묶을 수 있다고 오해했기 때문인 같다. 또 ‘잉여’라고 하니 남는 현금을 의미한다고 오해했던 것 같다. 그런데 기업에 남는 ‘잉여’는 있을 수 없다. 주주들이 더 많은 투자를 기업에 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주들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익을 모두 배당하지 않는 이유는 주주들이 허락했기 때문이다. 배당을 받는 것보다 기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미래의 소득을 줄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배당을 포기하고 이익을 재투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많은 이익을 올린 애플은 창업이래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얼마 전부터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 대신에 ‘세후재투자자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의미도 알 수 없고 불필요한 오해만 불러 일으키는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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