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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퇴직연금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자

중앙일보 2016.09.01 00:08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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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노후 소득에서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축이 퇴직연금이다. 실제로 퇴직연금은 2010년에 30조원이던 것이 지금은 130조원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퇴직연금은 저축이나 투자의 의사결정을 회사가 알아서 해주는 확정급여형(DB)과 그런 결정을 근로자가 스스로 내려야 하는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이 있다. 우리나라는 DB형에 가입했더라도 직장을 옮기면 IRP계좌로 옮겨야 하는 특징이 있어 향후 IRP가 많이 증가할 것이다. 비중을 보면 DB형은 2010년에 72%에서 현재 67%로 하락했는데, 이 추세는 가속화되어 향후 퇴직연금 시장은 DC와 IRP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DC냐 IRP냐, 일시로 받느냐 등
개인 선택따라 노후 소득 큰 차이
로봇, 저비용으로 장기 운용 가능
노후 생애설계 사각지대 없앨 것


퇴직연금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보통의 근로자들이 투자나 자산관리에 관한 의사결정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령 연령 전에 인출할 수 없고, 자산운용은 통합해서 전문가들이 하고 있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연금을 수령할 때도 일시금으로 찾지 못하고 연금으로 종신토록 받아야 한다. 그러니 가입자가 의사결정을 할 것이 거의 없다. 가입자 입장에선 납입금액과 가입기간 이외에 국민연금 수령액에 차이가 날 것이 없다.

반면에 퇴직연금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한 개인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직장을 옮길 때 전 직장에 적립된 퇴직연금을 IRP로 옮겨서 운용할지 아니면 일시금으로 인출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DC와 IRP는 내가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후소득 차이가 크다. 마지막으로 은퇴시에 일시금으로 인출하느냐 아니면 연금으로 받느냐 여부도 노후소득에 중요하다. 매년 같은 금액을 납입했더라도 이 세 가지 의사결정을 모두 잘한 사람과 모두 잘 못한 사람의 노후소득 차이는 크게 확대된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금융시장의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 특히 행동재무학적인 측면에서 먼 미래보다 현재를 우선시하다 보니 자기제어 능력도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방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전문가가 조언을 해줘야 하는데, DC와 IRP는 계좌수는 많은 반면에 금액이 적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어렵다.

정보비용이나 관리비용을 낮춘 저비용 서비스 체제가 퇴직연금에 필요하다. 당국은 표준화 상품, 자산배분 펀드, 일임형 상품 등을 통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산운용에 관계된 것들로 이 외에도 퇴직연금을 전체 노후설계 관점에서 관리하고 조언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퇴직연금을 찾는 것보다 지출을 조금 줄이는 것이 얼마나 이익이 되는 지에 대해 알려줄 조언자도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 sor)를 퇴직연금 분야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우선, 보다 장기적인 생애 설계관점에서 퇴직연금자산을 저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저비용의 효과는 자산의 장기 운용에서 더 크게 누적되어 나타난다. 현재 DC와 IRP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 자산을 보유한 것이 18%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둘째, 로보어드바이저를 자산운용 영역뿐 아니라 노후생애설계 영역으로 확대하면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퇴직연금에 관련된 의사결정은 생애설계와 연관되어 있으므로 생애설계의 구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의료비가 얼마만큼 필요할지도 잘 모른다. 지금의 생애설계는 수명도 본인이 입력해야 하고 의료비도 본인이 그 지출액을 정해야 한다. 상황이 변화해도 이를 자동 반영할 수도 없다.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생화한 생애설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샤프(W. Sharpe)나 머튼(R. Merton)같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오래전부터 연금과 생애설계에 관한 컴퓨터 기반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개인책임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도 퇴직연금과 로봇의 융합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볼만하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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