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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오르네…은행주 담아볼까

중앙일보 2016.09.01 00:05 경제 7면 지면보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대출 성장 둔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최근 4~5년간 국내 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여기에 직원과 점포 수가 줄어들면서 “이제 은행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주식시장에서도 은행주 투자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했다.

PBR 0.42배 대표적 저평가업종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에 상승세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도 잘 견뎌
배당성향도 삼성전자보다 높아

그럼에도 은행주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이란 악재에도 연초부터 차분하게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 은행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 올랐다. 29일 전체 업종지수 중 최고치(+1.63%) 를 기록한 뒤 사흘째 오름세다. 지난 30일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코스피시장에서 나란히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은행주가 잘 나가가는 이유는 뭘까. 상승세의 배경은 미국이 곧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기대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지난 26일 잭슨홀에서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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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돈을 번다. 순이자마진(NIM)이 자연스레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할 경우 한은의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고 NIM의 하락 추세도 멈출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잭슨홀 연설 직후인 29일 코스피지수가 0.25% 떨어졌지만 하나금융지주(2.98%), KB금융(2.81%), 우리은행(1.92%), 기업은행(1.31%), 신한지주(1.25%)는 일제히 상승했다.

일시적 기대감으로만 상승세를 타는 건 아니다. 연초부터 견인된 주가 흐름 뒤에는 탄탄한 실적과 지속가능한 호재가 있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4년 만에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지점과 임직원 수를 줄이는 노력 끝에 국민은행의 일반관리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나 줄었다. 현대증권 인수도 주가에 호재였다.

하나금융지주는 불확실성을 가져왔던 은행 통합 이슈가 마무리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1만945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2만9000원을 돌파하면서 50% 넘게 올랐다. 본점 매각 추진 등 눈에 띄는 자구책을 낸 효과를 봤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게 된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방안은 과거와 비교해 매각 가능성이 큰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연초부터 4만원선에서 등락을 반복 중인 신한지주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하지만 여전히 업종 최고주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몇 개 분기 동안 이어진 좋은 실적을해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고 폄하했던 투자자들이 차츰 은행의 펀더멘털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주를 대표적인 저평가업종으로 꼽는다. 주당 순자산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2배 정도로 낮아서다. 장부상 주당 순자산가치가 1만원인데 실제 주가는 4200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여파를 잘 이겨내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이 구조조정 대상 32개 기업을 발표했지만 은행권 추가충당금 적립규모는 2300억원 내외로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당수익을 생각해도 은행주는 좋은 선택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은행업종의 평균 배당성향은 지난 2012년 14.4%에서 2015년 20.2%로 올랐다. 지난해 삼성전자 배당성향(16.4%)보다 높고 소형주를 합친 한국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19.4%)도 웃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 이사는 “탄탄한 이익을 바탕으로 은행업의 배당성향이 차츰 오르고 있다”며 “올해는 평균 21%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 이사는 4%가 넘는 배당수익률이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DGB금융지주를 꼽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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