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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젠, 새 영토 개척 야심

중앙일보 2016.09.01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소프트웨어 독립’을 위한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독립을 위한 무기는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 ‘타이젠’, 물리쳐야 할 대상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2일(현지시간) 개막하는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6’에 타이젠을 탑재한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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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신제품 ‘기어S3’가 나섰다. 삼성전자는 IFA 개막 이틀 전인 31일(현지시간) 전 세계 미디어와 협력사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어S3’를 공개했다.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이 잇따라 흥행한 뒤 공개되는 삼성의 첫 웨어러블 기기여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기어S3는 스마트폰에서 작동했던 결제 기능 ‘삼성페이’가 장착됐다.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손목만 결제 단말기에 대면 모바일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IFA 2016’서 드러난 삼성 소프트웨어 독립 의지
신형 스마트 워치 ‘기어S3’에 타이젠 탑재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부문에도 적용
스마트폰서 놓친 OS 주도권, IoT선 선점 나서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고 기어 S3로만 쓸 수 있는 기능도 대거 탑재됐다. 자체 GPS와 고도·기압계, 속도계 등이 장착돼 레저 활동이나 피트니스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최고 수준(IP68)의 방수·방진 기능을 갖춰 빗속이나 수중활동에서도 침수 걱정을 덜게 했다. 사용자 경험(UX)도 개선해 전화가 올 경우 테두리에 있는 휠을 돌려 손쉽게 수신할 수 있다. 긴급 상황에 처할 경우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기어S3의 버튼을 세 번 눌러 SOS 신호나 현재 위치를 미리 등록한 가족·친구 등에게 보낼 수 있다.

이 밖에 스마트폰에 선보인 ‘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사용하지 않을 때도 날짜 등 기본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를 갖췄고, 시곗줄도 22㎜ 표준 크기를 채택해 취향에 따라 교체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이영희 부사장은 “기어 S3는 디자인부터 UX까지 소비자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해 ‘시계다움’과 ‘스마트기기스러움’을 모두 담아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가 내놓은 웨어러블 중에 가장 큰 혁신을 이룬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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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S3 외에 타이젠 OS를 갖춘 다양한 제품이 IFA의 삼성전자 부스를 가득 채운다. 스마트TV 전 제품과 패밀리허브 냉장고, 레저 전용 웨어러블인 핏2, 스마트폰 Z시리즈 등이 타이젠을 장착했다. 스마트폰 중에 하이엔드(고사양) 제품인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를 제외하면 모든 가전과 웨어러블 기기가 타이젠으로 작동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타이젠 생태계를 꾸준히 확장하는 이유로 사물인터넷(IoT)을 꼽는다. IoT 시대에는 TV·세탁기·냉장고·전기밥솥 같은 가전 기기는 물론 통신 칩이 장착되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 기능을 갖추고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 가전제품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가전에 타이젠을 장착하면 IoT 운영체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전 세계에 확산시켰지만 정작 앱 장터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수입의 30% 이상을 구글이 가져가는 ‘OS 종속’의 비극을 IoT시대에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가트너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모바일 OS 시장에선 안드로이드가 86%를, 애플의 iOS가 13%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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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날 기어S3를 공개하면서 “조만간 애플의 iOS와도 연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애플리케이션 ‘삼성기어’에 iOS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의 베타 버전을 내놓고 시험 작동 중이다. 현재 기어S2와 기어핏2에 적용 중인데 안정화되는 대로 기어S3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애플 아이폰을 쓰는 소비자도 웨어러블은 삼성 제품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IT분쟁 소송 전문인 테크앤로의 구태언 변호사는 “타이젠을 iOS와 연동시킨다는 것은 애플이 구축한 모바일 생태계에 소프트웨어 실력을 갖춘 삼성이 본격 뛰어든다는 의미”라며 “가전 제조에 강한 삼성전자가 OS 전쟁을 3파전으로 만들면 장기적으로 만만찮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베를린)=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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