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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박스피 탈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중앙선데이 2016.08.28 01:21 494호 18면 지면보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리우 올림픽이 22일 막을 내렸다. 출전한 선수들은 지난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스포츠 팬들은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기는 한편 선수들의 성적에 울고 웃었다.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던 시기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세계에선 또 다른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2016년 2분기(4~6월) 실적 발표다. 선수에 해당하는 상장기업이 내놓은 지난 3개월간의 성적에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실적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기대감이란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단지 작년에 비해 이익이 많이 늘었다고 기계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실적발표 전에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면 그 이상을 뛰어넘지 않고선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메달을 따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지만, 우리나라 양궁팀이 도합 1개의 금메달을 땄다면 좋은 얘기를 듣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 원리라 생각하면 된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화학·은행 업종 등 인상적 어닝서프라이즈 다행히 대한민국 대표기업들의 2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감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내리막길이고 내수경기는 나쁘다는 프레임이 지배적이다보니 기대감 자체가 낮았던 탓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선·해운 같은 한계상황에 놓인 업종, 그리고 트렌드를 거꾸로 탄데다 경쟁마저 치열한 대형마트 정도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불황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중국의 거대 규모에 밀려도 이상할 게 없는 화학업종과 금리인하로 예대마진이 하락하고 있는 은행업종의 어닝서프라이즈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절절 매던 주가는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일러스트 강일구



실적 호조의 배경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운 환경 자체다. 전 세계가 저성장에 접어들며 저유가와 저금리가 고착화되자 원가 부문에서 숨통이 트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유국도 메이저 에너지 기업을 가진 나라도 아니다. 몇 개 안 되는 정유사 정도가 유가가 오르면 직접적인 수혜를 볼 뿐이다. 일반적으론 기름을 쓰는 입장에 있단 얘기다. 그만큼 돈을 아껴 이익을 본 셈이다. 또한 저금리로 인해 이자로 지출되는 금액이 줄었다. 특히 부채를 일으켜 거대장치 설비에 투자하는 중후장대형 산업이 득을 봤다.



국가 경제를 구성하는 세 주체는 정부·가계·기업이다. 이중 기업이 탁월함을 보이는 부분은 실행력이다. 경제가 나쁘고 환경이 안 좋다고 불평하기는 세 주체 모두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가계가 계획을 세워 스스로를 혁신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변하기엔 규모가 크고 관료적이다. 하지만 기업은 생존을 위한 활로를 모색한다. 대표적인 조치가 신사업 발굴과 구조조정이다. 둘 중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건 역시 구조조정이다. 2분기는 수요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단행했던 구조조정이 손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다.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는 고정비 절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00 넘으면 팔자” 더 이상 안 통할 수도 물론 현재를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호황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기업들의 수익 창출능력이 기대 이상인 것 또한 사실이다. 느낌은 불황 쪽을 향하고 있지만 기업이 내놓은 숫자는 이를 지지해주지 않고 있다. 숫자를 믿어야 하는 직업인데 혼란스럽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다른 경제 주체들은 어떤지 몰라도 기업의 상황은 괜찮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은 코스피지수로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어땠는가? 1800에서 2000선을 오가는 박스권이었다. ‘박스피’는 코스피에 대한 조롱을 뜻하는 단어를 넘어 하나의 투자 전략으로까지 승화됐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2000만 넘으면 주식을 팔거나 펀드를 환매하는 전략을 당연하다는 듯 구사하고 있다.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피할만한 이유를 딱히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투자자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들의 실적을 뜯어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박스피로 대변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낮은데 기업의 수익창출력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한두 분기 더 기대치 이상의 실적이 이어지거나 전반적인 배당 정책의 변화가 감지된다면 이번에는 박스권 돌파가 가능하리라 본다.



기업은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고 돌파의 의지를 가진 생물과도 같은 존재임을 잊고 있었음을 반성한다. 박스피 탈출, 할 수 있다.



 



 



최준철VIP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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